2015년 전문 사모운용사로 전환, 7년 만에 국내 1위로
새턴 등 간판펀드, 상반기 두자릿수 수익률.."CB·BW 투자기업 폭락"
[편집자] 국내 헤지펀드 업계 1위 라임자산운용이 설정액 6000억원대 펀드 환매 중단을 결정했다. 회사측은 단기 유동성 문제일 뿐 원금 지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 이어 또다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12년 설립 이후 승승장구하던 라인자산의 펀드환매 중단사태를 받아들이는 시장의 반응은 다양하다.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은 라임자산의 성장 배경과 이번 사태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 펀드 환매 중단에 대한 금융당국 등의 입장을 정리했다.
[서울=뉴스핌] 장봄이 기자=국내 헤지펀드 업계 1위인 라임자산운용이 일부 펀드 환매를 중단하면서 '펀드런 사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라임자산의 높은 수익률을 견인했던 메자닌(주식과 채권을 결합한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펀드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제2의 박현주'를 꿈꿨던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도 위기에 처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라임자산운용은 원종준 대표가 2012년 투자자문사로 창립한 회사다. 2015년 전문 사모운용사로 전환해 7년 만에 국내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로 성장했다. 지난 7월 수탁액 기준으로 5조8000억원을 넘어서며 업계 1위에 올랐다. 원종준 대표와 이종필 부사장 등 임직원이 100% 주주로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1979년생인 원종준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 펀드매니저로 트러스톤자산운용과 브레인자산운용을 거쳐 30대 초반인 2012년에 창업을 결심했다. 원 대표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국내 운용시장을 당시 미래에셋이 휩쓸고 있었다. 박현주 회장님을 보며 언젠가 운용사를 차려야겠다는 꿈을 꿨다"고 밝혔다.
라임자산은 초반 주식 자문과 일임 서비스 제공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2015년 대체투자 전문가인 이종필 부사장이 합류하면서 업계 관심을 모았다. 이 부사장은 대신증권과 IBK투자증권, HSBC 등을 거친 외국계 증권사 펀드 매니저로 원 대표의 설득을 통해 뒤늦게 합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임자산은 헤지펀드 매매 기법인 롱쇼트(저평가 주식은 사고 고평가 주식은 파는) 전략을 활용해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앞서는 10%대 절대수익률로 유명세를 탔다. 특히 2016년부터는 주식뿐 아니라 대체투자 펀드인 새턴 1호를 출시하면서 이듬해 말 운용 자산 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부동산·기업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영역에 투자하면서 고액자산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
특히 간판 펀드인 새턴 1~9호 시리즈는 지난해 평균 수익률이 20%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펀드는 주로 메자닌과 국내 주식에 함께 투자하고 있다. 상반기까지도 높은 수익률을 유지해왔다.
문제는 메자닌 펀드에서 불거졌다. 코스닥 상장사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한 메자닌 상품의 수탁고가 급증했는데, 지난 7월 일명 '라임 리스트'가 업계에 돌면서 투자 기업의 주가가 폭락하고, 라임자산운용이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는 등 악재가 잇따랐다.
이달 들어 라임자산은 환매 연기와 중단을 두 차례 공지한 상태다. 지난 8일 환매 중단한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에 재간접 형태로 투자한 대상 펀드의 설정액은 약 6200억원으로 알려졌다. 추가로 환매 중단이 이어질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의 영구 손실은 아니지만 원하는 시기에 자금을 회수할 수 없기 때문에 손실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라임자산 관계자는 "유동성 확보 과정에서 오히려 자산의 무리한 저가 매각으로 펀드의 수익률이 저하돼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펀드 가입자의 보호를 위해서는 관련 펀드의 환매를 중단하고 편입돼 있는 자산의 안전 회수가 제일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불안감이 커지면서 회사 관련 펀드의 대규모 환매 요구 등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라인자산의 고수익을 견인했던 CB BW 가격이 급락했지만 앞으로 반등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며 "투자상품의 위험을 아는 사모펀드 투자자들이지만 손실회피 목적의 펀드환매 연기를 무한정 기다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일주일 만에 환매 중단 사태가 다시 불거진 만큼 문제와 관련 없는 펀드에 투자한 이들도 불안감이 커지고 환매 문의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면서 "손실 보상에 대한 문제도 나오기 시작하면 당분간 금융당국 등의 관심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bom22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