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비중 높은 우리나라 공급과잉 저물가 현상 심화
과잉공급 조절 위해 전략적 구조조정 및 신산업 육성 필요
[편집자]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지속적인 물가 하락) 공포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두달째 마이너스다. 일각에선 한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의 늪'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 지 오래다. 정부는 저물가 현상이 일시적인 공급요인에 있다며 디플레이션 수준이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디플레이션 경고음이 곳곳에서 들린다. 한국 경제가 맞닥뜨린 저물가, 저성장, 그리고 이에 대한 해법을 두고 한때 여의도 미래학자로 꼽혀온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을 만났다.
[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한국경제가 저물가에 빠져 있지만 일본식 장기 불황으로 갈 정도는 아니다. 문제는 서서히 침체되고 있는 한국 경기상황이다."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는 10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일본 장기불황과 현재 한국 경제의 현 상황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같이 말했다.
홍 대표는 "일본의 장기불황은 과거 1980년대 버블경제가 붕괴되는 과정에서 정부가 대처를 잘 못해 발생했다. 일본은 버블붕괴 후 새롭게 구조조정하면서 다른 경제 형태로 옮겨가질 못했는데, 현재 한국에서 나타나는 (저물가, 저성장) 현상은 보기엔 비슷하지만 과거 일본과는 지표상 차이가 난다"고 했다. 과거 일본이 장기불황에 빠졌을때 글로벌 경기 상황은 좋았지만 지금은 전세계는 전반적으로 경기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 상황도 크게 다르다고 했다.
오히려 당장의 디플레이션 우려보다는 서서히 침체되는 한국 경제가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홍 대표는 "지속되는 마이너스 물가지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경기침체 현상"이라며 "이대로 내버려두면 일본형 장기 불황이 올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 2019.10.07 alwaysame@newspim.com |
먼저 최근의 디플레이션 우려와 저성장, 수출하락은 우리나라의 문제만이 아닌 전세계가 겪고 있는 공통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홍 대표는 "세계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낮고 물가도 떨어지는 추세"라며 "기껏해야 미국과 중국 정도가 성장률 2%대를 기록하고 있는 정도인데 저성장, 저금리 현상은 다른 나라가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세계적인 저성장 형태는 수요는 점점 작아지는데 공급은 계속 늘어나 물가가 떨어지면서 나타난 현상"며 "특히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공급이 많아 저물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주요산업의 공급과잉과 수요하락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2가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우리 기업들이 공급을 줄이기 위해선 기업 스스로 전략적 구조조정을 하되 새로운 산업 육성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도 새로운 산업이 창출되도록 창업 등의 지원에 힘을 더 쏟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와함께 정부가 전체 산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되 기업의 부족한 부분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가 적극 개입하면 자국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 무역분쟁이 대표적이다. 선진국들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 감소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공급력은 비약적으로 커져 공급과잉이 발생하고, 나라별 특정산업을 둘러싸고 치킨게임(가열경쟁으로 극한까지 치닫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란 것.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 2019.10.07 alwaysame@newspim.com |
미·중 무역분쟁을 두고도 전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홍 대표는 이에 대해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이른바 패권전쟁 기조는 최소 10년 이상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 대표는 "10년 후 미국은 방위비 소요와 의료비를 포함한 복지비용 등으로 재정적자가 심각하게 커지고, 중국도 10년뒤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정치적 경제적 변화를 겪을 것이다. 그때서야 미국과 중국간 대립구도가 비로소 약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의 향후 금리인하 전망에 대해선 "다른나라 뿐 아니라 우리도 부채가 많다보니 금리는 내릴 것 같다"며 "원화 강세 문제로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더 내릴 것"이라고 봤다.
여기에 경기를 부양시키고 디플레이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보다는 정부의 재정정책이 더 중요한 시점임을 강조했다. 홍 대표는 "금리가 낮은 일본과 독일도 기업 투자가 늘지 않는다"며 "이대로 내버려두면 내년 경제성장률이 2%도 어려울 수 있어 그 어느때보다 과감한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는 지난해 저성장 기조로 바뀐 사회영역을 압축해 설명한 '수축사회'를 집필했다. '여의도 미래학자'로 불리곤 했던 홍 대표는 3년여전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를 끝으로 30여년을 증권맨을 마무리했다.
<홍성국 대표 프로필>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 석사 ▲대우증권 입사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부장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대우증권 홀세일사업본부 본부장 ▲대우증권 미래설계연구소 소장 ▲KDB대우증권 대표이사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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