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북한의 지난 2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가 8일(현지시간) 비공개로 개최된다. 회의의 최대 관심사는 회의 소집 요구에서 빠진 미국과 그동안 대(對)북 추가 결의안 채택에 반대표를 던져왔던 중국·러시아의 행보다.
이번 회의는 영국과 프랑스, 독일의 소집 요구에 따라 진행된다. 이들은 북한의 시험 발사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8월 1일 상임이사국인 영국과 프랑스는 비상임이사국인 독일의 초청으로 비공개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당시 3개국은 공동 성명을 통해 지난 5월부터 지속된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우려하고, 이는 제재 결의 위반이라고 규탄한 바 있지만 북한은 이렇다할 반응을 하지 않았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북한 유엔대표부에서 안보리 소집에 반발하는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2019.10. 07.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지만 이번에는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과 미 영상전문매체 APTN 등에 따르면 김 대사는 7일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영·프·독의 불순한 움직임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그의 '추종자들'이 "북한의 자위적 조치를 안보리에서 이슈로 삼으려는 위험한 시도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장차 "단순 미사일 발사(실험)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김 대사가 언급한 미국의 '추종자' 국가는 이번 회의 소집을 요구한 유럽 3개국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에서 그가 말하는 미국과 추종자들을 제외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남는다.
유엔 안보리는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안보리에서 새 결의안이 채택되려면 상임이사국 전체를 포함해 9개국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국가가 반대하면 결의안은 무산된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김 대사의 말에는 뼈가 있다. 추가 제재 결의안 채택을 원치 않는 북한의 입장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자국 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 공개 규탄 소극적인 미국…중·러는 '북한 편'
미국은 북한 도발에 대한 공개적인 규탄은 피하고 있다. 익명의 한 외교관은 대만중앙통신(CNA)에 유럽 국가들은 북한의 최근 시험 발사를 유엔 결의 위반으로 간주하고 있고 미국 대표단을 압박해 유엔 안보리 안건으로 부치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 측은 공식적인 회의를 원치 않았고, 결국 회의가 비공개로 개최된다는 설명이다.
유엔 본부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의 조심스러운 태도는 북한과 실무협상을 염두에 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난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협상이 결렬된 것에 대해 "미국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끔찍한 사변이 일어날 수 있을 지 누가 알았겠냐"고 탓을 돌렸다. 이는 북한이 제재완화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미국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북한이 미국에 더한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후 7일 미국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inal, fully, verifed, denuclearization·FFVD)를 여전히 모색 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로버트 우드 미 군축담당 대사는 이같이 밝히며 북미간 대화는 지속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회의에서는 북한의 SLBM 발사가 결의안 위반 여부인지 따지고 대응책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잠재적인 추가 결의안 채택에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은 낮다.
이는 최근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6월 미국은 북한이 유엔의 정제유 거래 제재 상한선을 위반했다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제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당시 미국은 대북제제위에 보낸 문서에서 북한이 올해 들어 총 79차례 정제유 불법 환적을 했고,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서 제한하고 있는 연간 수입 상한선 50만배럴을 넘겼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대북 정제유 추가공급 즉각 중단 조치를 요구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이 상한을 초과하지 않았고 결의를 위반한 것도 아니라며 보류시켰다. 미국은 지난해 7월에도 북한의 제재 위반 내용의 문서를 제재위에 냈지만 그때도 중국과 러시아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미국에 추가 정부를 요구하며 제동을 걸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정제유 제재는 2006년에 결의안으로 채택된 이래 효과적으로 북한의 핵프로그램 활동 자금을 막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불법 환적을 통한 북한의 제재 위반이 계속되는 가운데 추가 대응책에는 번번히 제동이 걸리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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