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사일 방어망 사각지대 공략 가능”
“北, 준중거리 미사일에 고체연료 적용…향후 ICBM 개발에 활용 우려”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북한이 북‧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감행한 가운데 미국의 전문가들은 “최고 사거리는 2000km로, 한국과 일본 전역이 사정권”이라고 말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은 3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이번에 고도를 낮춰 발사했다면 (미사일이) 2000km를 날았을 것”이라며 “북한은 한국과 일본 전역을 겨냥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5월 4일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추정되는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해 방사포 등 발사체 여러 발을 발사했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분류된다. [사진=노동신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앞서 청와대, 국방부, 합동참모본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일 오전 7시 11분경 강원도 원산 북동쪽 해상에서 동쪽으로 미상의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졌다.
북한은 발사한 미사일은 사거리가 약 450km인 북극성 계열의 SLBM으로, 북한은 이를 910여km의 아주 높은 고도로 사격했다. 고각 사격했기 때문에 실제 사거리는 약 1300km인 것으로 추정된다(정경두 국방부 장관, 2일 국방부 국정감사). 또 이날 발사에는 잠수함이 아닌 수중 발사대가 사용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3일 노동당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신형 잠수함탄도탄(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언급했다. 지난 2016년 ‘북극성-1’형을 개발, 시험 발사했던 북한이 2017년엔 ‘북극성-2’형을, 2019년엔 ‘북극성-3’형을 개발 및 시험발사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 5월 4일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추정되는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해 방사포 등 발사체 여러 발을 발사했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분류된다. [사진=노동신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 “한국, 중국과 ‘3불 원칙’ 합의…美 미사일 방어 체계 도움 못 받으면 큰 위험 처할 수도”
미국 전문가들은 이번 미사일과 관련해 “최고 사거리는 2000km에 달할 수 있다”며 “한국과 일본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 왔다”고 평가했다.
제프리 루이스 소장은 “미사일 궤도의 정점을 감안했을 때 이번 미사일은 SLBM으로 개발된 북극성 계열의 변형된 형태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루이스 소장은 이어 이번 미사일이 매우 고각 발사됐다는 점과 관련해 “그 미사일을 고도를 낮춰 발사했다면 최대 2000km까지 날았을 것”이라며 “북한은 한국과 일본 전역을 겨냥할 수 있게 됐다”고 진단했다.
미국 참여과학자연대의 미사일 전문가 데이비드 라이트 박사는 “이번 미사일은 2017년 5월 북한이 지상에서 발사한 ‘북극성-2’형의 더 발전된 형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존의 북극성에 2단계 추진체를 더해 더 멀리 날아갈 수 있게끔 한 것 같다며 ”1단계 추진체만 봤을 때에는 기존 북극성이 보여준 1200km 비행이 가능하지만, 2단계 추진체와 추가 연료 주입을 통해 최대 1900km까지 비행 거리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라이트 박사는 그러면서 “미사일이 일본 본토 상공을 통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이 일부러 고공으로 미사일을 쏘아올린 것 같다”며 “2017년 8월 북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이후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았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미사일의 궤도를 높이 끌어올려 동해(일본해)에 떨어지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이 비행고도를 더 높여 사거리를 줄일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고 일본 EEZ까지 날아가도록 했다”며 “왜냐하면 실무협상을 앞두고 미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참을지 시험해보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베넷 연구원은 이어 “북한의 미사일이 당장은 미국 본토에는 위협이 되지 않지만, 한국을 포함한 역내에 주둔하는 미군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은 중국에 ‘3불 원칙’을 바탕으로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Missile Defense)에 들어가지 않기로 함에 따라, 한국이 잠수함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탐지하는 능력이 떨어졌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한국에 배치된 패트리어트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등이 주로 북쪽을 향하고 있어, 잠수함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동해(일본해)에서 날아올 경우 막아내지 못할 수도 있다”며 “이런 이유로 북한의 이번 미사일이 한국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언 윌리엄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부국장은 “북한이 액체 연료보다 발사 시간이 빠른 고체 연료로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게 된 것이 문제”라며 “이는 향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장거리 미사일에 적용할 수 있으며 이는 우려할 만 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안킷 판다 미국 과학자연맹(FAS) 선임연구원도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미사일은 북한이 보유한 가장 긴 사거리의 고체연료 미사일”이라며 “북한이 고체연료 ICBM 개발을 할 것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 용어설명
*3불(3不) 원칙 : 지난 2017년 11월 ‘한‧중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제시된 ‘한‧중 관계 개선 협의문’에 포함된 내용.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3불 원칙을 중국과 합의했다. 첫째, 한국에 배치된 사드가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며 추가 배치도 고려하지 않는다. 둘째, 한국은 미국 MD 체계에 가입하지 않는다. 셋째, 한‧미‧일 안보협력이 한‧미‧일 군사협력(군사동맹)이 되어서는 안 된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