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인도네시아에서 혼외 성관계와 대통령 모욕 행위를 처벌하는 형사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학생이 주축이 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한 가운데,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했다.
2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지난 24일 수도 자카르타에 있는 의회 건물 앞과 전국 대학에서 신규 형법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인도네시아 대학생들이 24일(현지시간) 수도 자카르타 소재 국회의사당 밖에서 형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9.09.24. [사진=로이터 뉴스핌] |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경찰관 1만8000여명이 의회 건물 앞으로 출동했고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탄과 물대포를 사용했다. 중부 술라웨시에서도 경찰관들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고 학생들에게 곤봉을 휘둘렀다.
논란이 된 법안이 통과되면 양측이 동의하더라도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성관계라면 이는 위법 행위로 규정되고 최대 6개월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결국 이 법안은 합법적 결혼이 불가한 동성애자들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밖에도 낙태 방조와 대통령에 대한 모욕 행위이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인권단체들은 법안이 시민들의 자유권을 침해한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이 법안이 "여성과 종교적 성적 소수자뿐 아니라 모든 인도네시아인에게 재앙"이라고 말했다.
또한 부패방지 기관인 '부패근절위원회'가 사실상 독립기관의 지위를 잃고 정부 산하로 들어가게 된다. 비평가들은 이 조치가 기관의 독립성을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엘리트 계층의 부 독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비판이 거세지자 9월 24일로 규정됐던 의회 표결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승인을 받은 상황에서 의회 선거는 사실상 형식적 절차로 보이며, 다음달 초 새로운 회기가 열리는 대로 입법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무슬림 다수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자국을 다양한 인종과 종교를 포용하는 국가로 자부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강경 무슬림 세력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종교적, 성적 소수자에 대한 억압이 심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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