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 축산 업황 개선 뚜렷, 대기업 중심으로 업계 재편
온씨고빈 등 '돼지 테마주'에 시장 관심 집중
[서울=뉴스핌] 강소영 기자=지난해 8월부터 전국적인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산으로 위기를 맞았던 중국 축산업계과 돈육 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돼지 열병 확산세가 주춤해지고, 양돈 농가와 축산 관련 기업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돼지고기 공급량 확대에 나서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이번 파동을 통해 방역과 축산 환경 개선이 촉진되고, 리스크 방어에 성공한 양돈 기업들이 시장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증시에선 '돼지 테마주'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 양돈 축산 업황 개선 뚜렷, 대기업 중심으로 업계 재편
고공행진하는 돼지고기 가격과 식탁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와는 별도로 축산 산업에 대한 전망은 개선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큰 타격을 입었던 양돈과 돼지고기 가공 업계의 회복세가 뚜렷하다.
중국 톈풍(天風)증권은 향후 2~3년 중국 양돈 산업 분야가 상승 경기 국면에 진입하고, 업계 선두 기업의 성장이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리스크 방어 능력이 우수하고, 양돈 사업 투자 확대가 쉬운 대기업 중심으로 업계 재편이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톈풍증권은 정부가 돼지고기 가격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돼지 사육량과 출하량이 워낙 큰 폭으로 감소한 상황이어서 2020년까지 높은 가격대가 유지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농촌부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6월 넷째 주 중국의 산 돼지 가격은 킬로그램 당 16.72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46.5%가 올랐다.
통상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하면 중국 축산업계가 투자를 대폭 확대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랐다. 아프리카 돼지열병 발병과 확산이 돼지 사육 두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방역과 리스크 대처에 취약한 중소 규모 축산 기업과 농장이 섣불리 투자 확대에 나서지 못했다. 이 때문에 자금력과 상시 방역 시스템 구축이 가능한 대기업의 시장 장악력이 더욱 높아졌다.
◆ '돼지 테마주' A주 유망주로 부상, 주가 급등
증시에서도 '돼지'가 줄곧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 사태로 지난해 타격을 입었던 양돈 관련 상장사들의 실적이 올해 들어 개선 양상을 나타내고 있고, 향후 돼지고기 시장 전망이 밝아지면서 관련 종목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른바 '돼지 테마주'로 불리는 종목들의 주가 급등도 이어지고 있다.
허난성 대표 양돈 대기업인 무원고빈(牧原股份 목원고빈 002714.SZ)은 지난 5일 주가가 연중 최고점을 기록했다. 5일 마감가 기준으로 무원고빈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176.8%에 달한다. 이후 주가가 다소 조정을 받고 있지만 지난해 보다는 매우 높은 선에서 거래가 되고 있다.
반면 돼지 열병 파동에 쓰러진 기업도 있다. 지난 2010년 양돈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A주에 상장, 중국 대표 양돈 종목으로 꼽혔던 추잉눙예(雛鷹農業 002477.SZ)가 최근 상장폐지 됐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추잉눙예의 '몰락'이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아닌 무분별한 사업 확장에 기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상폐의 기폭제가 되긴 했지만, 기업 경영 위기를 초래한 원인은 2015년부터 시작된 무분별한 투자 확대라는 것. 추잉눙예는 양돈과는 관련이 없는 e스포츠, 인터넷 등 기업 지분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고, 그 결과 엄청난 투자 손실을 기록하게 됐다.
'돼지 테마주'로 부상한 대표 종목은 원스구펀(溫氏股份 온씨고빈 300498.SZ)이다. 다수의 중국 증권사들이 원스구펀을 축산분야 최고 기대주로 꼽고 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인한 충격이 적었고, 올해 들어 매출과 주가 상승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사육부터 도축, 가공 판매까지 축산 전분야에 걸쳐 완전한 산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도 리스크 방어 능력을 키우는 장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원스구펀의 주가는 연중 최고점 대비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지난해 하반기 대비 큰 폭으로 올랐다. 중국 증권업계는 원스구펀의 주가를 대체로 낙관하고 있다.
원스구펀(온씨고빈) 최근 1년 주가 추이 <그래프=텐센트재경> |
낙관적 주가 전망의 가장 큰 근거는 실적 개선이다. 돼지열병 파동에도 원스구펀은 올해 상반기 304억 3500만 위안의 매출을 기록했다. 돼지열병 파동이 나기 전인 지난해 상반기보다 20.22%가 늘어났다. 순이익은 13억83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76%나 증가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출하량과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원스구펀이 실적 방어에 성공한 것은 '닭고기' 덕분이다. 전염병 사태로 돼지고기 소비가 줄 것에 대비해 원스구펀은 육계 생산량을 확대했다. 상반기 판매한 육계는 3억 9400만 마리로 전년 대비 17.51%가 늘어났다. 또 다른 대체 육류인 오리 고기도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1.52%가 증가하면서 돼지고기 매출 감소에 따른 실적 감소분을 보완할 수 있었다. 원스구펀은 아프리카 돼지열병 사태 이후 가금육의 사업 비중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돼지 출하량도 점진적으로 늘려가고 있어 양돈 부문 실적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2018년 8월 중국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한 후 중국 전역의 돼지 출하량과 사육량이 급감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9년 1~6월 중국 전역의 산 돼지 출하량은 3만 1345두로 전년 동기 대비 13.69%가 감소했다. 사육량은 3만 4761두로 동기 대비 15%가 줄었다.
반면 원스구펀의 상반기 돼지 판매량은 1177만4000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3.69% 증가, 연간 매출 목표의 52.81%를 달성했다. 매출액은 180억 4100만 위안으로 동기 대비 25.32%가 증가했다.
전염병 예방을 위한 비용도 큰폭으로 늘어났지만, 올해 3월 이후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면서 비용 증가분을 상쇄할 수 있었다. 지난 8월 중국 돼지고기 가격은 전월 대비 30%가 올랐고, 원스구펀의 돼지고기 판매가격도 31.54%가 상승했다.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