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신개념 블록 공중합체 연구
블록공중합체 비가역적 흡착층 첫 보고
[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에 필요한 나노 패턴을 만드는 새로운 기술이 나왔다. 스스로 조립해 나노 패턴을 만드는 고분자를 이용하는 방식을 한층 개선했다. 기존에 얻기 어려웠던 복잡한 무늬도 대면적으로 쉽고 빠르게 제조할 수 있다.
18일 UNIST(울산과학기술원)에 따르면 이 대학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김소연 교수팀은 고분자 중 하나인 블록 공중합체의 박막 내 ‘흡착층(adsorbed layer)’을 조절, 복잡한 나노 패턴을 대면적으로 제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블록 공중합체(block copolymer)는 서로 다른 종류의 고분자가 하나의 고분자 사슬에 화학적으로 연결된 고분자를 말한다.
연구결과(논문명 “Self-assembled Copolymer Adsorption Layer-Induced Block Copolymer Nanostructures in Thin Films”)는 종합화학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ACS 센트럴 사이언스(ACS Central Science)’에 지난 10일 게재됐다.
(그림) 물/공기 계면에 형성된 박막을 이용한 블록공중합체 자기조립 유도 개념도 : 물/공기 계면에서 자기조립된 블록 공중합체가 기판에 비가역적으로 흡착, 기존 자연흡착층을 대체하는 ‘자기조립된 공중합체 흡착층(SCAL; Self-assembled Copolymer Adsorption Layer)'을 형성한다. 그 위에 형성된 블록 공중합체 박막은 SCAL-유도 자기조립현상에 의해 복잡한 형태의 다양한 나노 패턴을 형성할 수 있다. [자료=UNIST] |
연구진에 따르면 블록 공중합체는 박막의 경우 다양한 나노 패턴을 새기는 게 가능하다.
이번 연구는 블록 공중합체에 자연스럽게 생기는 ‘흡착층’에 변화를 줘 나노 패턴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냈다.
또 블록 공중합체는 고분자 사슬 간의 반발력과 인력이 작용해 스스로 나노구조를 만드는 특성(자기조립성·self-assembly)이 있다. 특히 박막 상태에서는 최신 나노 패터닝 기술로도 만들기 힘든 수~수십 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 크기의 미세한 점이나 선 등을 제조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에 필요한 나노 패턴은 기존 블록 공중합체로 형성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블록 공중합체를 활용해 이를 충족하려면 추가로 복잡한 공정이 필요하고 비용과 시간도 천문학적으로 들어간다.
김 교수팀은 새로운 블록 공중합체 자기조립 시스템을 구현해 기존보다 정밀하고 복잡한 나노 패터닝에 성공했다. 블록 공중합체 박막 기판 바로 위에 수 나노미터 두께로 형성되는 ‘흡착층’을 ‘물·공기 계면에서 자기조립된 블록 공중합체’로 바꾸는 방법이다.
흡착층은 블록 공중합체로 나노 패터닝을 할 때 고분자와 기판 사이에 형성되는 아주 얇고 무질서한 구조의 막을 말한다. 이 얇은 층은 전체 블록 공중합체의 성질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연구진이 이를 다른 형태로 바꾼 것이다.
연구팀은 물·공기 계면에서 자기조립된 블록 공중합체를 기판에 옮겨, 수 나노미터 두께의 흡착층을 만들었다. 그 위에 새로운 블록 공중합체 박막을 만들자 전체 블록 공중합체의 자기조립 현상이 달라졌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흡착층이 나노 패터닝 과정에 가해지는 열이나 힘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으로 변한 것이다.
또 자연적 흡착층의 형성을 막아, 상부의 블록 공중합체 자기조립을 조절했다. 이로써 기존의 나노 패턴보다 더 복잡한 형태의 새로운 나노 패턴을 대면적으로 얻을 수 있었다.
김 교수는 “‘물·공기 계면 자기조립 블록 공중합체가 기판에 비가역적으로 흡착한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최초이며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비가역적으로 흡착된 계면 자기조립 블록 공중합체는 향후 다양한 계면과학 연구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kimy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