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테' 사업 철수, 이마트 '데이즈'도 실적 주춤
마트 업황 부진에다 SPA 경쟁 심화 '엎친 데 덮친 격'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대형마트의 자체 SPA(제조·직매형 의류) 브랜드가 최근 수요가 줄면서 침체기를 맞고 있다. 이는 대형마트의 실적 부진과도 맞닿아 있다.
대형마트를 찾는 고객들이 줄어드는 추세인 만큼 자체 브랜드도 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외 패션 브랜드들이 SPA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마트 브랜드들이 사실상 경쟁에서 밀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마트의 SPA 브랜드 '테' 의류를 입고 모델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롯데마트] |
◆ 마트 SPA 브랜드, 성장 정체기…롯데마트 '테' 사업 철수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가 운영해온 '테(TE)'는 올해 안으로 사업을 철수한다.
롯데마트는 2016년 3월부터 지난 3년간 '테' 사업을 벌여왔다. 현재 롯데마트 점포에 68개 매장이 입점해 있지만, 이달 기준으로 38개를 이미 철수했다. 올해 6월까지 35개를, 지난 7부터 이달까지 3개 매장을 정리했다. 나머지 30개 매장도 연내 순차적으로 영업을 종료할 계획이다.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도 SPA 브랜드인 '데이즈'(DAIZ)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실제 2012~2016년까지 최근 5년간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2017년부터 매출이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연도별로 보면 2012년에 2642억원의 매출고를 기록한 후 꾸준히 늘어 2016년에는 4680억원으로 신장했다. 5년 만에 2000억원이나 매출이 증가하며 승승장구했다. 유니클로에 이어 국내 SPA 브랜드에서 2위를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2년 전부터 성장 정체기를 맞았다. 지난 2017년 당시 매출은 1년 전보다 230억원 감소한 445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에도 1년 전과 비슷한 매출 규모를 보였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홈플러스의 SPA 브랜드인 F2F도 최근 3년간 매장 수가 4개 줄었다. 연도별로는 2017년 139개에서 2018년 138개, 2019년 135개로 감소했다. 해당 점포는 안양점·원천점·청주성안점·분당오리점 등이다. 홈플러스 측은 매장 리모델링 과정에서 매장을 빼게 됐다는 설명이지만, 수익성이 좋다면 점포 이전 없이 철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마트 데이즈 매장 모습[사진=이마트몰 홈페이지 캡처] |
◆ 마트 업황 부진에 SPA 경쟁 심화 '엎친 데 덮친 격'
이처럼 '마트 SPA 브랜드'가 침체기에 접어든 것은 대형마트의 업황 부진과도 맞닿아 있다. 올해 2분기에 이마트는 299억원, 롯데마트는 34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홈플러스도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증권가에선 전망하고 있다.
마트의 SPA 브랜드는 처음에는 각사의 유통망을 통해 몸집을 키웠다. 전국 점포에 SPA 브랜드를 입점시켜 마트에 장을 보러 온 고객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한때는 이 같은 마케팅이 통했다.
2015~2016년 당시 마트 3사의 브랜드 연매출이 모두 합쳐 1조원에 달할 정도였다. 지난해 유니클로의 매출(약 1조5000억원)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하지만 대형마트 사업 자체 실적이 부진하면서 자체 브랜드 매출도 타격을 받았다. 마트들은 대부분의 SPA 브랜드 매장을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마트에 장을 보러온 고객들이 주로 타깃층이다. 게다가 가성비를 앞세웠던 '마트 패션'이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맞춰 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마트에 장을 보러 오면 옷 쇼핑도 하게 하는 게 판매 전략이었다"며, "하지만 마트를 많이 안 가는 추세라 마트 브랜드에 대한 수요도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마트 SPA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필수품들이 많아 수요가 있었지만,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화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며, "탑텐·자라·H&B 등 정식 패션 브랜드들이 국내에 SPA 브랜드를 잇따라 출시해 자리를 잡은 데다 가격과 품질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면서 시장에서 밀려난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의 F2F 가을 신상의류 모습[사진=홈플러스] |
◆ 마트 3사, 사업 다각화 전략으로 돌파구 마련
이에, 마트 3사는 자체 의류브랜드에 대한 사업 다각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롯데마트는 기존 '테' 매장 자리에 인지도가 있는 SPA 브랜드로 대체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한국 패션시장이 세분화하고 전문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만큼, 탑텐·스파오·슈마커 등 SPA 브랜드를 유지해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앞으로 양말·속옷 등 전문성 있는 의류 품목을 중심으로 자체 의류브랜드를 재편키로 했다. 이를 테면 속옷과 패션잡화 자체 전문브랜드(PB)인 '보나핏'과 어반 아웃도어 및 홈트레이닝 브랜드인 '스매싱나인'에 사업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마트는 한국형 토종 SPA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마트 패션'이라는 저가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복안이다. 각 품목별로 진행했던 행사를 하나로 묶어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여성복과 남성복을 통합 기획해 생산 원가를 낮춘다.
데이즈의 박정례 상무는 "데이즈는 한국형 SPA브랜드로, 대형마트 자체 패션 브랜드에서 진화해 하나의 패션브랜드로써 정체성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대량 매입을 통한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차별화된 소재 기획을 통해 품질 경쟁력을 향상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F2F 브랜드 개편을 추진 중이다. 현재 LF·이랜드 등 국내 주요 패션업계 출신 전문가들을 적극 영입해 브랜드 강화에 나서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점포의 리모델링으로 매장을 일부 철수했지만 올해 경주점 1곳에 추가로 신규 입점시켰다"며, "앞으로도 생활필수품의 품목 수를 늘리고 트렌드에 따라 제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nrd812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