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철수(차승원)는 대복칼국수를 ‘맛집’으로 만든 일등 공신이다. 가던 길도 멈추게 하는 비주얼에 칼국수 반죽 솜씨도 완벽하다. 하지만 그는 과거 겪은 사고의 후유증으로 지적 장애를 앓고 있다. 그런 철수 앞에 어느 날 꼬마 아이 샛별(엄채영)이 나타난다. 어른보다 더 어른같이 구는 아이의 정체는 다름 아닌 철수의 딸이다.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스틸 [사진=NEW] |
언뜻 보면 부녀 이야기, 언뜻 보면 코미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많은 것이 숨어 있다.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힘내리)는 우연히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부녀가 함께 길을 떠나며 시작된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이유로 상대를 의지해야만 하는 처지다. 처음에는 서로의 존재가 낯설어 밀어내기도 하지만, 이내 힘을 합쳐 여러 위기를 극복해간다. 그 과정은 예상대로 유쾌하고 뭉클하다.
영화의 진짜 얼굴이 드러나는 건 부녀가 목적지인 대구에 도착하면서다. 대구에서 겪는 일련의 일들이 철수의 과거 기억이 되살아나게 한다. 그 중심에는 2003년 2월 18일이 있다. 실제 대구 중앙로역에서 지하철 방화사건이 일어난 날이다. 당시 화재로 무려 192명이 세상을 떠나고 148명이 다쳤다. ‘힘내리’는 누군가에게는 과거지만,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현재인 대구 지하철 참사란 큰 사건을 축으로 삼고 있다.
‘럭키’(2016) 이계벽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건 ‘힘내리’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 감독은 특유의 따뜻하고 다정한(그래서 때때로 촌스럽기도 했던) 시선으로 이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극적 재미를 위해 사건을 과장, 이용하는 우를 범하지도 않았다. 떠나야 했던 이들을 진심으로 애도하고 떠나보내야 했던 이들을 진심으로 위로한다. 그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이 감독이 들인 시간과 노력이 보인다.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스틸 [사진=NEW] |
그렇다고 해당 참사를 기억하자는 게 유일한 메시지인 영화는 아니다. 이 감독이 보내는 위로는 특정 누군가를 넘어 결국엔 삶의 힘든 순간을 이겨내고 있는 모두를 향한다. 별칭처럼 불리는 줄인 제목 ‘힘내리’가 이 영화의 마지막 목표 지점인 셈이다. 물론 거기까지 가는 길이 상업 영화로서 아주 매끈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관객에게 그 위로가 정확하게 전달되는 것만으로 가치는 충분하다.
배우 차승원이 ‘고산자, 대동여지도’(2016) 이후 3년 만에 주연으로 나선 작품이다. 코미디 영화로는 ‘이장과 군수’(2007) 이후 12년 만이다. 차승원 외에도 박해준, 전혜빈, 김혜옥, 안길강, 성지루, 조한철 등 베테랑 배우들이 출연해 이야기를 풍성하게 채웠다. 1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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