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인 인권변호사 접촉 중,출입국관리사무소 강제출국 신중
[포천=뉴스핌] 양상현 기자 = 경기 포천시의 요청으로 농번기 일손을 보태러 한국에 온 네팔 노동자들이 입국 도중 비자가 취소돼 인천공항에 갇혀있다.
공항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27일 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3일 인천공항에 입국한 네팔인 남성 5명이 포천농가에서 일하게 해 달라고 빵으로 끼니를 때우며 14일째 출국을 거부하고 있다.
네팔 출신 노동자 13명은 당초 포천시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파견 프로그램’을 통해 C4 단기취업 비자를 받고 지난 4월 입국할 예정이었다. 포천시는 민간 브로커에게 실무를 맡겼고, 이 업자는 시와 우호협약 양해각서(MOU)를 맺은 네팔 판초부리시에서 노동자를 구했다. 이들은 시금치와 얼갈이 등을 기르는 포천의 비닐하우스에서 일하기로 했다.
그런데 네팔 당국이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노동자들의 출국 승인을 미루면서 일이 꼬였다. 출국이 늦춰지자 포천시는 지난 13일 비자를 취소했다. 시 관계자는 “네팔에서 왜 출국 승인을 미뤘는 지는 파악되지 않았다”면서 “내부 지침에 따라 비자를 취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자 13명은 뒤늦게 출국을 허가받아 비자 취소 사실을 모른 채 지난 13일 인천행 비행기에 올랐다. 우리 출입국관리 당국은 이들의 비자가 취소됐다는 사실을 확인해 입국을 불허했다.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 중 8명은 영문을 모른 채 자비를 들여 네팔로 돌아갔지만 5명은 “애초 계약대로 일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며 공항 송환대기실에 머물고 있다.
시 관계자는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네팔인들에게 불법체류 사실을 알리고 본국으로 돌아갈 것을 권유하고 있지만, 이들이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들 네팔인 강제출국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자칫 인권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또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이들 네팔인을 탑승시킨 타이항공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타이항공이 비자가 취소된 상태에서 네팔인을 탑승시킨 만큼, 자진출국을 유도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네팔인들은 출국을 거부하며 인권변호사와 접촉하는 등 한국 체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 입국 비자가 있는 상황에서 항공기에 탑승했고, 입국비자 취소 사실을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확인한 만큼 한국입국이 허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네팔인 인천공항 대기 사태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포천시가 중계인의 말만 믿고 문제가 있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입국을 추진했다가 국제적 망신을 당할 위기에 놓였다.
농촌일손 부족사태를 해결하겠다며 도입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가 중개인(브로커)이 개입, 파행적으로 운영되면서 일손부족 사태 해결은커녕 국제인권문제로 비화될 우려마저 낳고 있다.
앞서 시는 농촌일손 부족사태를 해소한다며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추진했다. 이를 위해 올해 69명의 네팔 계절근로자를 법무부로부터 승인받았다. 그리고 네팔과 몽골, 필리핀 등 4개국 지자체와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계인 A씨는 상당부분 업무를 도맡아 처리했다. 업무협약은 물론이고 입국 근로자 보증서 등 입국과 취업에 필요한 업무를 A씨가 처리했다. 게다가 이번 사태를 일으킨 네팔 판초부리시와 업무협약을 맺으면서는 양 도시 관계자의 방문이나 만남도 없이 중계인에 의한 문서로만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포천시는 네팔과 필리핀 등 4개국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54명의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포천에 들어와 있는 상태다. 지난 6월29일부터 8월 4일까지 입국한 필리핀 계절근로자 17명 중 1명은 현재 행방불명이어서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추적하고 있다.
yangsangh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