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유해물질로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혐의
A씨,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물질 독성 알았지만 소량이라 유해하지 않다고 생각”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를 받는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의 재판에서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해) 안전성 검사를 하거나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적이 없다”는 관련자의 증언이 나왔다.
SK케미칼 전직 임직원 A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26일 열린 홍 전 대표 등 SK케미칼 전직 임직원 4명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A씨는 2001년 SK케미칼과 애경산업 간 가습기 살균제 물품 장기공급계약 체결을 담당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계약에서 두 회사는 곰팡이 제거제인 ‘팡이제로’와 가습기 살균제인 ‘가습기 메이트’를 합작해 출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면서 SK케미칼은 원료를 공급하고 애경은 물품 제조·판매·홍보 등 각 업무를 담당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인턴기자 = 지난 4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가습기살균제 사용자 및 피해자 찾기 예비사업’ 결과보고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alwaysame@newspim.com |
이날 A씨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에 대해 “희석 과정을 통해 (제품에) 소량이 들어가기 때문에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다”며 “애경과 합작해 제품을 출시할 때도 별도로 안전성 검사를 진행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이 제품 안전성 검토를 왜 하지 않았는지 묻자, 그는 “SK케미칼이 2000년 유공으로부터 가습기 살균제 사업을 인수하면서 제품 클레임 등 안전성을 의심할만한 자료를 받은 적이 없다”며 “유공에서 몇 년간 사업을 진행해오던 것이어서 당시 안전성과 관련해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고 대답했다.
CMIT·MIT의 흡입독성에 대해서는 “수처리 작업 중 잘못해서 피부에 닿는 경우 화상을 입은 것처럼 빨갛게 된다는 점을 직원들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며 “회사 내 취급하는 제품 중 CMIT·MIT는 조심해서 다루는 게 회사 내 상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이 원료를 제품에 사용할 경우 요구되는 권장 사용량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몰랐다”면서도 “기존 수처리 사업에 사용되는 원료로 가격이 낮은 반면 살균 능력은 뛰어나 효용성이 좋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앞서 검찰은 홍 전 대표 등이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인 CMIT·MIT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사용해 ‘가습기 메이트’ 제품 등을 제조·판매했다고 보고 지난 5월 이들을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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