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골프 규칙에서 주말골퍼들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로컬룰 둘 수 있도록 규정했지만
프로·오픈 대회나 아마추어선수권 등 공식 대회에서는 이 조항 적용된 사례 한 번도 없어
Q: 뭐 하나 물어볼게요. 엊그제 한 프로골퍼를 만났는데 “개정된 규칙에 따라 프로들 대회에서도 OB가 날 경우 2벌타를 받고 앞에 나가서 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프로골퍼가 얘기한 것이라, 그런가보다 했는데 곰곰 생각하니 프로골프대회에서는 그런 장면을 못 본 듯합니다. 정말 그 프로의 말이 맞는 것인가요?
A:[뉴스핌] 김경수 골프 전문기자 = 골프 규칙이 개정된 것이 아니라, 로컬룰이 생긴 것입니다.
골프 규칙은 크게 1~24조로 된 본 규칙과 용어의 정의, 로컬룰로 구성돼있습니다.
본 규칙에 나오는 것은 프로대회나 일반 주말골퍼들 친선라운드에서 그대로 적용하면 됩니다. 로컬룰은 해당 경기 및 해당 코스에 적용하기 위해 위원회가 채택한 추가적인 규칙을 말합니다. 로컬룰은 해당 경기와 해당 코스에 대해 본 규칙과 동일한 성격을 갖습니다.
친 볼이 OB가 날 경우 로컬룰이 있으면 2벌타 후 OB 근처에서 드롭한 후 플레이를 속개할 수 있다. 드롭지역은 그림에서 분홍색으로 표시한 부분에 하면 될만큼 광범위하다. 특히 OB 경계선을 통과한 지점(A)과 홀에서 등거리의 페어웨이 가장자리(B)로부터 두 클럽 길이까지 페어웨이 안쪽(녹색과 분홍색이 혼합된 지역)으로 들어와 드롭할 수 있다. [그림=R&A 홈페이지] |
예컨대 페널티구역에 빠진 볼을 드롭존에서 칠 수 있게 한다든가, 코스가 젖어있을 때 볼을 마크하고 집어올려 닦은 다음 놓고 플레이하도록 하는 프리퍼드 라이 등이 그것입니다. 로컬룰은 대부분 골퍼들에게 본 규칙 외에 추가적인 옵션으로 제공되지만,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규정된 것도 있습니다.
올해 개정된 골프 규칙의 로컬룰(E5)에 ‘분실된 볼이나 아웃오브바운즈로 간 볼에 대한 스트로크와 거리 구제를 대신하는 구제방법’ 이라는 것이 생겼습니다. 이것이 바로 질문하신 내용인데요.
친 볼이 분실되거나 OB로 갈 경우 골프 규칙은 1벌타를 받은 후 직전의 스트로크를 한 곳에서 다시 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최후로 플레이했던 지점에 되도록 가까운 곳'에서 '직전의 스트로크를 한 곳'으로 문구가 바뀌었을 따름입니다.
그런데 주말골퍼들의 라운드에서는 원활한 진행을 위해 2벌타를 받은 후 분실되거나 OB가 난 지점 근처에서 드롭하고 치는 일이 많았지요. 우리나라 등 극히 일부 국가에만 있는 ‘OB티’도 그런 목적으로 설치된 것 아닙니까. 그러나 이는 규칙상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으로서, 골프장측이 정한 그야말로 ‘컨트리 룰’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개정된 골프 규칙에서는 플레이 속도 향상을 꾀한다는 취지아래 이런 내용을 아예 정식 로컬룰로 규정했습니다. 위원회나 골프장측에서 이 로컬룰을 도입하고 시행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입니다. 주말골퍼들 라운드에서는 적용해볼만 합니다. 국내 대부분 골프장에서는 여태까지도 그렇게 해왔고요. 골프장측에서 이 로컬룰을 두지 않았더라도, 동반플레이어들이 합의만 하면 적용하면 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프로골프대회나 오픈대회, 비중있는 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는 이 로컬룰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올해 이 로컬룰을 적용한 공식 대회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공식 대회에서는 여전히 친 볼이 분실되거나 OB가 날 경우 1벌타를 받은 후 반드시 직전 스트로크했던 지점에서 다시 쳐야 합니다. 주말골퍼들을 위하거나 진행을 위해 이 로컬룰을 도입하긴 했으나, 이는 골프의 본령과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겠죠.
제 생각에는 주말골퍼들도 이 로컬룰을 적용하지 말고, 분실이나 OB가 날 경우 규칙대로 1벌타 후 직전에 스트로크한 곳에서 다시 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ksmk754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