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기업 중심으로 신종자본증권 발행 급속 증가
영구채 불구 실제 만기는 ‘5년 이하’, 기업 수익성도 타격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올해 '리스회계' 변경 영향을 받은 기업들이 자본확충을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발빠르게 늘리는 가운데 추후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신종자본증권이 '부채'로 인식될 경우 악순환을 피할 수 없고, 발행이 늘면서 기업 수익성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은 만기 30년 이상인 채권으로, 주식과 채권의 중간적 성격을 가진다. 2013년 신종자본증권을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하면서 금융기업을 중심으로 발행이 늘었다. 특히 올해부터는 '운용리스'를 부채로 인식하면서, 항공·해운·유통 등 비금융 기업들도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발행된 신종자본증권 규모는 2조525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발행액(2조2560억원)을 넘어섰다.
◆ 영구채? 실제 만기는 5년 이하…수익성 악화 우려도
올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기업들 리스부채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부채비율 상승을 완화시키기 위한 차선책이란 점에서 기업들의 이 같은 신종자본증권 러시는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주요 발행기업으로는 이마트, 현대상선,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등이 있다.
[표=자본시장연구원] |
문제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당장은 자본확충에 효과적일 수 있지만 추후 '부채'로 바뀌면 회계상 리스크가 커지는 점이 우려되고 있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회계기준 변경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부터 적용된 '리스' 회계기준 역시 변경 결정은 2016년에 났었다. 하지만 해당기업들이 운용리스를 줄이거나 다른 방법을 강구하지는 못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부채로 적용될 경우 기업들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장 자본확충을 위한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결국 기업의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키면서 악순환이 지속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종자본증권이 '자본'의 성격을 띄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환 순위에서 밀리게 되고, 대신 그만큼 기업은 높은 금리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가 여의치 않은 기업들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부채비율을 낮춰 왔는데, 앞으로 부채분류기준이 더 명확해지면 다시 새로운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 이상이어서 '영구채'로 분류하지만, 보통 발행 1~5년후 기업이 콜옵션을 행사해 채권을 상환하고 다시 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콜 행사 시기에 상환하지 않을 경우 금리가 1~2%포인트 이상 높아지면서 기업 부담도 더 커지기 때문이다.
진세현 KB증권 연구원은 "당장 재무구조가 안 좋은 기업들은 2021년쯤 기존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을 행사하고 다시 발행하려 할텐데, 부채인정 등이 이슈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 연구원은 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경우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 시점도 빠른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기업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 것 자체를 리스크로 본다. 예전 현대상선이나 한진해운 등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았던 기업들도 결국 기업 신용도에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 신평사 "신종자본증권, 이미 일정 비율 부채로 인식"
신종자본증권의 자본 인정이 영원할 수 없음은 이미 업계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올해 3월 금융감독원은 "영구채는 부채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한국회계기준원 역시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 "신종자본증권을 모두 자본으로 분류하는 것보다는, 성격에 따라 자본과 부채로 분리해 계상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냈다. IASB는 회계기준 개정을 위해 회원국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서 발행조건에 "회계기준 개정으로 사채가 자본으로 분류되지 않게 되는 경우, 발행회사 선택으로 조기상환권이 발동될 수 있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언제든 영구채가 '부채'가 될 수 있다는 리스크를 미리 방지하기 위함이다.
신용평가사들도 신종자본증권의 성격에 따라 가이드라인을 정해놓고 일정 비율을 부채로 보고 있다. 원종현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일부 기업들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자본을 확충해 대응하고 있으나, 증권의 자본성에 따라 실질 차임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