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서울시가 추진하는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이 본격화 되고 있다.
국제현상설계 심사과정에서의 석연치 않은 점과 기형적인 우회도로 개설 등에 대한 문제점이 잇따라 지적되고 있는 것. 특히 서울시가 채택한 설계안인 '승효상 안'은 사실상 추진이 불가능해진 만큼 행정안전부가 요구한대로 대 시민 의견 수렴을 갖고 다른 대안을 찾아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계획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지난 1월 발표된 국제현상설계 공모 결과부터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의 시작은 이명박 시장 시절인 지난 2005년부터다. 당시 현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인 승효상씨가 설계한 광화문 광장 계획안이 당선됐으며 이는 14년이 흐른 지난 1월 선정된 광화문광장 설계안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특히 2016년 7월 광화문광장을 다시 설계하기 위한 출범한 '광화문포럼'은 이듬해인 2017년 5월 차도를 지하화하고 지상을 전면 보행자 광장으로 하는 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2018년 4월 백지화되고 2005년의 승효상 안이 사실상 채택됐다는 것.
실제 지난해 10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기본계획안에서 제시된 △사직로 6차로 축소 및 우회도로 설치 △세종로 교보문고쪽으로 6차로 축소 △역사광장 시민광장 분리 △시민광장 세종문화회관쪽 이전 등은 2005년 제시된 승효상 안이란 게 건축업계의 이야기다.
더욱이 국제현상설계공모전의 심사위원장이 승효상 위원장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광화문포럼, 광화문시민위원회, 국제현상설계 등은 '승효상 안'을 합법적으로 채택하기 위한 '절차'였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행안부의 지적대로 시민들의 의견소통도 없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광화문시민위원회'를 출범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시민위원들이 참여한 회의는 몇회 되지 않았다는 것. 실제 올해 1월 열린 광화문시민위원회 정기 총회에서는 시민위원들로부터 소통 부재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채택된 '승효상 안'도 헛점이 많다는 게 건축업계와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기본계획안에서 도로는 심하게 굴곡된 'Y'자 형태를 하고 있다. 이는 우선 보기에도 너무 기형적인 모습이란 지적이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서울시 기본계획안 |
또 보행성과 교통문제가 지적됐다. 세종로는 미국대사관쪽으로 도로를 내고 10차로에서 6차로로 줄였다. 경복궁 앞 사직로는 정부청사를 돌아가는 'ㄷ'자 형태로 우회하고 10차로에서 6차로로 줄었다. 곧은 도로보다 굴곡된 도로, 줄어든 도로는 교통의 흐름을 방해할 것이 너무도 자명하다는 것.
더욱이 넓고 탁 트여야 할 광장은 기형적으로 굴곡진 Y자형 6차선 중앙도로에 막혀 두개의 광장으로 분리된다. 이렇게 되면 통일성도 없고 시각적으로도 보기 불편하며 교통체증은 물론 접근성과 보행성도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와 함께 굴곡된 새 도로를 지으려면 사유지를 매입해야 한다. 이 사유지를 매입해야 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300억~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는 것으로 명백한 혈세 낭비에 해당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역시 새 도로가 들어설 자리에는 정부서울청사의 부속건물 어린이집, 민원실, 경비대, 조경사무실, 주차장이 있다. 이를 대체할 부지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혈세 낭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승효상 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무리한 사업추진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더욱이 시민 협의는커녕 행정안정부와 협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준공 시점이 이미 정해져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게 건축업계의 지적이다. 서울시는 오는 2021년 5월. 즉 차기 대통령선거를 1년 남겨둔 시점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완공시점으로 잡았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계획에 대해 발표할 때 마다 행안부와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행안부는 단한번도 서울시와 협의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언급을 한 적이 없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쓸데없는 예산 및 시간 낭비를 막기 위해선 다른 설계안이 나와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화문 앞 사직로를 폐쇄하고 정부광화문청사를 뚫고 지나는 우회도로 대신 사직로를 지하화하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렇게 되면 우회로를 만드려고 정부와 싸워야 할 필요가 없고 부지 매입에 따른 쓸데없는 예산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하차도 지상부에는 월대를 복원하고 해치상을 놔둘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사라진 세종로 10차로를 대체하기 위해 현재 교통량이 적은 새문안로와 종로1길을 확폭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한 건축업계 관계자는 "현 '승효상 안'을 유지하는 것은 유용하지도 않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 만큼 서울시가 진정성을 갖고 광화문광장을 재구조화하려한다면 다른 대안을 찾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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