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도발 이어 조평통 “南, 다시 마주 앉을 생각 없어”
"최고 지도자 신년사에도 개성공단 등 호응 없어 불만"
임재천 "국제사회 눈치 말고 적극 나서라는 압박성 담화"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북한이 최근 단거리 발사체 도발을 이어간 것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방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이 북한의 희망사항인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조평통 대변인은 “남조선에서 우리를 반대하는 합동군사연습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때에 대화 분위기니, 평화경제니, 평화체제니 하는 말을 무슨 체면에 내뱉는가”라며 문 대통령의 전날 광복절 경축사를 비난했다.
북한이 11일 공개한 새 무기 시험사격 모습.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아래 시험사격이 이뤄졌으며 구체적인 무기 명칭이나 특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사진 = 노동신문 홈페이지] |
◆최고존엄 신년사에도 남측 개성공단·금강산 화답 없어
북한의 담화는 조평통 대변인 개인 명의로 나왔으나 최고지도자가 실권을 장악한 북한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사실상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담화에서 북한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읽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지난번 외무성 국장의 발언과 같은 맥락으로 가고 있으나 지속적으로 북한의 비난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북한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조건 없이 재개하겠다고 했으나 이번에 문 대통령이 언급하지 않은 데 불만을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아무런 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도 신년사에서 이를 환영했으나 두 사업 재개는 제자리 상태다. 북한으로선 최고존엄의 말에 호응이 없는 남측과 대화를 하지 않는 명분이 충분한 셈이다.
임재천 고려대 교수는 “북한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재개를 위해 남측과 접촉하고 정상회담도 했다고 할 수 있는데 남측은 대북제재 때문에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한국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압박하는 담화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북한은 문 대통령 경축사에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확고한 입장이나 한미군사연습에 대한 일종의 해명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북한 입장에선 대화, 교류, 평화경제 등 원론적인 말만 나와 실망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조선중앙통신] |
◆전문가 "북미 실무협상 열려도 당장 큰 진전 어려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20일 한미군사연습이 끝난 후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열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이 조차도 현 국면에선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남북대화를 배제하는 북측 기조가 더욱 강경해지며 우리의 설 자리가 좁아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재천 교수는 “북미 실무협상을 열어도 큰 진전이 일어날 기대는 하지 않는다”며 “미국 입장에선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도발과 핵실험을 하지 못하게 하고 북한도 미국이 더 강경한 조치를 하지 않게 만드는, 현상유지와 비슷한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강 부원장은 “북한은 우리에게 앞으로의 조미대화에서 어부지리를 얻으려는 미련을 미리 접으라고 밝혔고 미국에서도 북미 실무협상 개최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의견이 나온다”며 “우리 정부는 북미 양쪽을 모두 잡기 보다는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한국에 있다는 점을 북한에 보여줄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무진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한미군사연습이 끝나면 실무협상을 한다고 했으니 약속은 지켜야 한다”면서도 “한두 차례 회담해서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하긴 어렵고 앞으로 많은 회담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eog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