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브로커리지·PI 등 전 부문 고른 성장세
8월 증시 폭락으로 신용융자 최저 수준 추락
ELS 등 파생상품 조기상환 지연도 부담
“보수적 시각 유지” 수익 다각화 노력 박차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상반기 어닝 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도 2분기 실적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한·일 통상갈등 등 대외 악재와 내수시장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다른 업종들과 달리 증권업계는 사상 최고의 반기 실적을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양상이다.
하지만 정작 증권가에선 안도감 대신 향후 전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최근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급락하며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등 하반기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9일 금융투자업계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IB를 비롯한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오는 14일까지 올해 상반기 실적을 공개한다.
올 들어 가장 큰 관심을 끈 증권사로는 국내 자기자본 1위 미래에셋대우가 꼽힌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3876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2분기에는 2194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하며 전기 대비 30.4%, 전년 동기 대비 39.6% 초과하는 성과를 거뒀다. 미래에셋대우가 분기 실적 2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작년 1분기 이후 5개분기 만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지속적인 자기자본 투자를 바탕으로 IB, 해외법인, 트레이딩 등 각 부문에서 견조한 성과를 거뒀다”며 “사업 전 분야에서 수익 창출력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글로벌 투자운용 전문회사로의 체질 변화와 새로운 성장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제시했다”이라고 자평했다.
4대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 가운데 선제적으로 실적 발표에 나선 KB증권과 하나금융투자도 나란히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KB증권은 1804억원, 하나금융투자는 1526억원의 상반기 실적을 기록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49%, 43.5%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형 증권사 중에선 메리츠종금증권이 전년 대비 35.2% 늘어난 1804억원의 상반기 순익을 달성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밖에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역시 견조한 실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상반기 만족스런 성적표를 받은 증권사들이지만 하반기 실적에 대해선 우려 섞인 반응도 적지 않다.
우선 최근 증시 급락에 따른 신용융자잔고 감소가 첫 번째 요인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빚을 내 투자하는 금액인 신용융자잔고는 증권사 브로커리지 부문의 주수익원이다. 과거보다 비중이 줄었다곤 하지만 브로커리지는 여전히 IB와 함께 증권사들의 주요 사업부문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5일 기준 9조1547억원으로 최근 9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7월 중순까지만 해도 10조원을 상회했으나 일본과의 통상분쟁이 본격화된 하순 이후 줄곳 하락세가 이어졌다.
신용잔고 및 예탁담보대출 추이 [자료=금융투자협회, 하이투자증권] |
글로벌 증시 하락에 따른 파생상품 조기상환 지연 역시 악재로 분류된다.
미·중 무역분쟁이 다시 부각되면서 글로벌 증시의 하방 압력이 심화되는 가운데 주가연계증권(ELS) 조기상환이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코스피는 물론 전체 상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홍콩 H지수나 유럽 유로 스톡스(EURO STOXX)50지수 등이 하락할수록 ELS 조기상환이 어려워진다. 작년 4분기 증권사 실적이 예상치를 밑돈 것도 ‘검은 10월’ 여파에 따른 ELS 조기상환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8~9월 브로커리지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ELS 조기상환 부진, 주식 관련 자기자본투자(PI) 성과 불확실성 역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최근 몇 년 새 증권사들의 위기 관리 능력이 향상된 만큼 대내외적으로 예상치 못한 큰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 한 현재의 견조한 실적 흐름은 이어질 것이란 시각도 만만찮다. 증권사들도 하반기 증시에 대한 보수적인 전망을 유지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사업 다각화 노력을 꾸준히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증권사들의 체력이 강해졌고 리스크 관리 능력도 한단계 도약했다”며 “국내 증시가 다소 부진하더라도 해외 투자 비중 확대 등 중장기 사업 계획이 서서히 성과로 나타나고 있어 성장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