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코치 레드베터, 리디아가 에비앙 챔피언십-브리티시오픈에서 연속 커트탈락하자 쓴소리
“아직도 먹고 입고 자고 연습하는 것까지 일일이 간섭…이제 부모 둥지에서 떠나 스스로 날게 해야”
리디아, 왕년의 세계랭킹 1위에서 최근 3년간 단 1승…“남은 시즌 골프에서 벗어나 자신을 되돌아봐야 할 때”
[뉴스핌] 김경수 골프 전문기자 = 골프에서도 승자와 패자는 있다. 한 대회를 놓고 봐도 그렇고, 한 시즌을 둘러봤을 때에도 그렇다.
미국PGA투어는 올해 정규투어를 마치고 이번주부터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페덱스컵 랭킹 125위안에 들지 못한 선수들은 플레이오프를 지켜보기만 해야 할 처지인데, 그들의 올 한해 ‘농사’는 흉작인 셈이다.
미국LPGA투어에서는 최근 2주연속 메이저대회가 열렸다. 에비앙 챔피언십과 AIG 위민스 브리티시오픈이다. 각각의 챔피언 고진영과 시부노 히나코는 승자임에 틀림없다.
왕년의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가 최근 열린 두 메이저대회에서 최하위권으로 커트탈락하자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 [사진=USA투데이 홈페이지 캡처] |
그 반면 두 메이저대회에서 형편없는 스코어로 커트탈락한 선수가 있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2)다. 리디아 고는 패자라고 할 수 있다.
15세 때이던 2012년 캐다나오픈에서 미국LPGA투어 사상 최연소로 우승한 리디아 고는 2014년 미국LPGA투어에 데뷔했고 2015년에는 5승을 거두며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2016리우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땄다. 20세가 되기 전에 투어에서 14승을 거뒀으며 지금까지 통산 15승을 기록중인 톱랭커다. 현재 세계랭킹은 24위다.
그런 리디아 고가 최근엔 팬들의 기억에서 멀어져가고 있다. 최근 세 시즌동안 1승만 올렸으니 그럴 법도 하다. 우승경쟁은 차치하고 ‘톱10’에 드는 것조차 버거워보인다. 그는 2016년 7월 마라톤클래식에서 14승째를 거둔 후 2018년 4월 메디힐 챔피언십에서 15승째를 기록할 때까지 21개월이 걸렸다. 메디힐 챔피언십 이후 현재까지 1년4개월동안 우승 소식이 없다. 올시즌 최고성적은 지난달 열린 다우 그레이트 레이크스 인비테이셔널에서 거둔 공동 6위다.
리디아 고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온 것은 최근 두 메이저대회 성적 탓이다. 그는 2주전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는 2라운드 후 합계 9오버파 151타(78·73)로 커트탈락했다. 120명의 출전선수 가운데 공동 108위다. 이정은6, 이민지, 하타오카 나사, 렉시 톰슨 등도 탈락했기에 그 때까지만 해도 그럴 수도 있겠구나 했다.
곧이어 열린 브리티시오픈에서 리디아 고는 2라운드합계 12오버파 156타(76·80)로 또 커트탈락했다. 유소연 양희영 박인비도 탈락하긴 했으나, 왕년의 세계랭킹 1위가 메이저대회에서 2주연속 커트탈락한 것은 예사롭지 않았다. 브리티시오픈에 출전한 144명 중 그보다 스코어가 좋지 않은 선수는 56세의 ‘노장’ 로라 데이비스(13오버파 157타) 한 명 뿐이었다. 그를 기억하는 많은 팬들이 실망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자 리디아 고를 가르쳤던 교습가 데이비드 레드베터가 작심한 듯 말을 쏟아냈다. 레드베터는 2013년 1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리디아 고의 스윙을 봐주었다. 그 때 리디아 고와 레드베터는 투어에서 12승을 합작했다.
“리디아가 이런 성적을 내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 안타깝다. 그의 능력을 알기에 슬프다. 예전의 그로 돌아오기를 바라지만, 한 번 잃어버린 자신감을 회복하는 일은 쉽지 않다. 리디아는 최근 몇 년 동안 장비, 코치, 캐디, 스포츠 심리사, 트레이너 등을 수없이 교체했다. 그것이 지금의 리디아 문제의 시작이다. 나도 그 와중에 교체된 사람 중 한 명이다. 심지어 리디아의 체형까지 바꾸려 한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 일을 주도한 사람이 바로 리디아의 부모다. 지금도 부모는 딸이 언제 자고, 무엇을 먹고 입으며, 언제 연습하고 무엇을 연습해야 하는 지를 일일이 간섭한다. 그리고 부모는 딸이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기를 바란다. 정말이지 부모의 믿을수 없을 정도의 무지가 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제는 딸을 놓아주어야 한다. 부모가 만든 둥지에서 떠나 자신의 길을 걷게 해야 한다. 그러면 예전의 리디아로 돌아올 것이다. 리디아에게는 ‘지금 쉬라’라고 말하고 싶다. 올 시즌 잔여 대회를 포기하는 것이 좋겠다. 골프에서 벗어나 쉬면서 전체를 다시 돌아볼 것을 권한다.”
레드베터는 지난해 4월에도 리디아 고의 부모에게 ‘쓴소리’를 한 적이 있다. 리디아 고가 스윙 코치와 상의없이 스윙을 바꾸려한다는 소식을 듣고 난 후였다. 그러면서 리디아 고의 전권을 쥐고 있는 아버지를 ‘설익은 골퍼’(non-accomplished golfer)라고 혹평했다. 요컨대 골프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세계 정상급 프로를 향해 이래라저래라 한다는 뜻이다.
리디아 고측은 레드베터의 지적에 대꾸하지 않고 있다. 리디아 고는 “나는 모든 것을 부모에게 물어보고 결정한다”고 말할 뿐이다.
리디아 고보다 1년7개월가량 어린 시부노는 생전 처음 미국LPGA투어에 나가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안았다. 리디아 고는 언어·재능·문화·경험 등 제반 여건에서 시부노보다 월등하다. 다만, 레드베터처럼 쓴소리를 하는 사람들의 조언에 대해 귀를 닫아버리면 정말 ‘조로’(早老)해 버릴지도 모른다.
교습가 데이비드 레드베터(가운데 흰 모자 쓴 이)와 리디아 고가 2016년초 한 연습장에서 다른 골퍼의 스윙을 지켜보고 있다.[사진=미국LPG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