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독립군 황해철 열연
기교 없는 액션·선 지키는 유머 숙제
차기작 조성희 감독 '승리호'…로봇 역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숫자로만 남아있는 수많은 독립군’, 전 이 말이 너무 슬퍼요. 우리 영화는 승리의 역사를 다루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숫자 중 한 명이던 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배우 유해진(49)이 영화 ‘봉오동 전투’를 들고 극장가를 찾았다. 7일 개봉하는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의 전투를 그린 작품이다. 극중 유해진은 항일대도를 휘두르는 전설적인 독립군 황해철을 열연했다.
“‘봉오동 전투’는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했고 후련함, 통쾌함도 있었어요. 물론 고민되는 지점도 있었죠. 전작 ‘말모이’(2018) 때도 서민 중 한 명을 연기했는데 이번에도 민초 중 한 명을 연기하는 거니까요. 너무 좋은 캐릭터인 것도 고민이었죠. 아주 선량한 인물들이자 자신들을 희생하면서 큰일을 치러냈던 분들이라 부담이 컸어요.”
부담감을 떨치기 위해 유해진이 한 일은 더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거였다. 유해진은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흠이 가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를 계속 생각했고, 그 답을 진정성에서 찾았다. 그는 “사실적인 면보다도 진정성 있는 모습에 집중했다”고 했다.
“전투신에서 기교를 부리지 않았던 이유도 그래서죠. 화려해 보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칼이 무거워서 기교를 부릴 수도 없었지만, 기교를 부려서도 안되는 신이었죠. 정말 생존을 위한, 살아남기 위한, 한이 있는 칼 동작을 만들어갔어요. 유머 역시 메시지를 전달하는 걸 방해하지 않는, 용서되는 한도 내에서만 하려고 노력했고요. 그걸 잘 맞춰가는 게 숙제였죠.”
촬영은 실제 봉오동 지형과 유사한 곳을 찾아 진행됐다. 유해진을 비롯한 배우들은 강원 영월군, 제주도 등 전국 14개 지역에서 여름부터 겨울까지 세 계절을 달렸다. 평소 취미로 즐겼던 등산이 꽤 도움이 됐다.
“다들 고생이 많았어요. 게다가 비바람이 어마어마했죠. 물론 전 좋았어요. 산에 올라 그곳에서 바람을 맞으면 뭔가 후련하거든요. 제가 화병이 있나 봐요(웃음). 평소에 자전거 타고 산을 오르던 게 체력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기도 했고요. 요즘은 산에서 명상하는 시간도 가져요. 그때의 잔잔함이 좋죠. 물론 내려오고 나면 또 복잡해지지만요. 하하.”
차기작은 조성희 감독의 ‘승리호’다. 한국영화 최초로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물이다. 유해진은 로봇 목소리를 연기한다. 유해진 외에도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등이 출연한다.
“사실 뭔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아직까지 조심스러워요. 어쨌든 잘 찍고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웃음). 배경도 지금까지 못봤던 우주 공간이고 CG(컴퓨터그래픽)도 많이 들어가서 어떻게 나올지도 정말 궁금해요. 함께하는 친구들에게 배울 점도 많고요. 곧 또 찾아뵙겠습니다.”
jjy333jjy@newspim.com [사진=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