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저금리 시대..."가계부채로 인한 금융불균형 리스크 확대 우려"
억눌렸던 가계대출 증가세, 기준금리 인하감에 다시 꿈틀
전문가·당국은 '전방위적 대출규제'로 영향 미비 예상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기조를 본격화하면서 한국경제의 뇌관 '가계부채 리스크' 우려가 또다시 제기된다. 정부의 전방위적 규제로 움츠렸던 가계대출이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확대로 다시금 요동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자료=한국은행] |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18일 기준금리를 1.50%로 0.25%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연내 추가 인하 여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한은이 연내 추가 인하에 나설 경우 기준금리는 1.25%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내 통화정책이 금리인하 사이클에 돌입함에 따라 천문학적 규모를 기록 중인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홍서희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가계부채가 이미 높은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금리 인하 사이클에 돌입함에 따른 금융불균형 리스크 확대에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국내 가계부채는 지난 1분기 기준 1540조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된 탓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무려 97.7%에 달한다.
정부 규제로 억제됐던 가계대출 증가세는 최근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안고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지난 3개월 연속 5조원대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이후 갈 곳을 잃은 돈들이 부진한 주식 시장에 등을 돌리고 부동산 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된 것이다.
실제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집중됐던 거래가 신축 아파트로 옮겨붙고,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심리가 확산되며 일반아파트 매매가도 29주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경제여건 하에서의 금리인하 효과와 과제' 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 문제는 금리인하 이후 정책당국이 가장 유의해야 할 사항"이라며 "금리 인하가 주택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주택 구입이나 전세금 증액을 위한 자금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본격 접어든다고 해도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적지않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부동산 등 가계대출은 양적규제가 강화돼 금리인하에 따른 영향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며 "당국이 1금융권은 물론 2금융권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을 한 것이 대표적 가계부채 관리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당국의 견해도 이와 유사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한은 금통위가 금리를 내려도 가계부채 증가나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만약 그런 우려가 나온다면 당국은 금융규제를 총동원해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월 한달 간 은행의 가계대출 규모는 5조4000억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12월(5조4000억원) 이후 반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반기 입주물량 증가 및 전세수요 등의 요인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한 영향이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