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국립한글박물관(관장 김낙중)은 개관 5주년 및 한글 자판 표준안 제정 50주년을 맞아 오는 25일부터 상설전시실 테마전 '한글 타자기 전성시대'를 개최한다.
타자기로 작성한 소설 '누이와 늑대' 원고 [사진=국립한글박물관] |
이번 전시는 국립한글박물관이 두 번째로 마련하는 상설전시실 테마전이다. 한글의 글쓰기 도구로 타자기가 널리 활용된 1970~1980년대를 소개한다.
오늘날 흔히 쓰는 컴퓨터 한글 표준 자판 원형은 1969년 과학기술처에서 정한 '한글 기계화 표준 자판안'에서 시작됐다. 당시 '한글 전용 법률안'(1948)을 제정한지 20여년이 지났으나, 공문서 등에서 여전히 한자와 한글이 혼용돼 정부는 타자기를 개발‧보급해 한글 전용을 가속화하고자 했다.
하지만 한글 타자기는 제품별로 자판이 달랐다. 이 때문에 타자기 보급, 확산을 위해 자판을 통일할 필요가 있었다. 과학기술처는 당시 통용되던 3벌식‧5벌식 타자기의 장점을 절충해 4벌식으로 타자기 자판을 표준화했다. 이러한 내용을 담아 1969년 '한글 기계화 표준 자판안'을 제정, 한글 타자기의 확산 기반을 마련했다.
연필, 펜 등으로 적던 한글은 타자기를 만나면서 기계로 입‧출력되기 시작했다. 표준 자판의 보급 이후 타자기는 한글 글쓰기 도구로 널리 쓰였다. 타자기로 시작된 새로운 글자 쓰기 방식은 오늘날 컴퓨터 및 스마트폰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한승원이 소설 '누이와 늑대'를 작성한 공병우 3벌식 문장용 타자기 [사진=국립한글박물관] |
전시실에서는 당시 타자기 관련 자료와 작가 한강에게 영향을 준 작가 한승원(한강의 아버지)의 타자기와 타자기로 작성한 소설 '누이와 늑대' 원고를 최초 공개한다.
이와 더불어 상설전시실의 '한글의 기계화' 코너를 새롭게 개편해 관람객들에게 한글 타자기의 역사를 상세히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타자기의 역사를 시대별로 제시하고 주요 타자기를 배치했다. 또한 타자기별로 출력한 단어와 문장을 함께 제시해 타자기마다 다른 자판 글쇠의 분류 체계와 글자 모양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40~50대 이상의 어른들은 타자기를 통해 옛 추억을 떠올리고 향수를 느낄 것"이라며 "10~30대까지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의 이야기를 새롭게 만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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