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은행들에 고용관련 자료 취합 이번주 완료 예정
간접 일자리 창출 측정 데이터 '논란'...정부정책과도 괴리
"간접 고용창출 효과 측정 사실상 불가...평가 실효성 의문"
[서울=뉴스핌] 최유리 박미리 기자 = 시중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 평가방식이 기존 금융정책 방향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나아가 은행 대출 여부를 두고 고용효과를 고려해 판단하는 게 적절한 것이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일자리 창출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은행들로부터 관련자료 제출을 받고 있다. 은행별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이번주 내에 완료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안 해봤던 것이다보니 취합이 다소 늦어졌다"면서 "이번주 내에 마무리될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앞서 지난 6월 금융권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측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금융권의 고용 관련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시중은행 8곳과 지방은행 6곳의 일자리 기여도와 간접 일자리 창출 기여도를 평가하겠다고 했다.
주요 시중은행 사옥 [사진=각 사] |
은행별 자체 일자리 기여도를 위해 금융당국은 직접 고용하거나 아웃소싱으로 창출한 일자리, 청년·여성·비정규직 채용 비율을 은행들에 요구했다. 다만 이는 은행들이 공시했거나 내부 집계자료라는 점에서 특별히 문제될 게 없다.
문제는 간접 일자리 창출 기여도 측정이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은행이 각 산업에 지원하는 대출 포트폴리오를 요구했으며, 한국은행에서 산출하는 고용유발계수 등을 활용할 방침이다.
고용유발계수는 재화 10억원 규모를 생산하기 위해 산업마다 직·간접적으로 고용한 인원을 말한다. 사실상 고용유발계수가 큰 산업군에 대출을 많이 할수록 유리한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유발계수는 대체로 노동집약적인 산업의 수치가 높다. 2014년 기준 고용유발계수가 가장 큰 산업은 인력소개소, 콜센터와 같은 사업지원서비스(22.5)다. 이어 보건·사회복지서비스(13.5), 음식점·숙박서비스(8.7), 도소매서비스(8.3) 등도 수치가 높다. 반면 1차 금속제품(0.8), 전기·전자기기(1.5), 기계·장비(3) 등 제조업은 수치가 낮다. 전자기기 제조업보다 음식점, 숙박업소에 대한 대출이 고용 창출 평가에선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강조했던 '생산적 금융'이나 '혁신 금융' 정책과는 궤를 달리한다. 생산적 금융이나 혁신 금융은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에 자금 지원을 늘려 4차산업 등 혁신업종 성장을 이끌겠다는 게 골자다. 음식·숙박업처럼 노동집약적인 산업에 대한 대출과는 전혀 다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고용 창출이 중요하다는 것엔 공감하지만 노동집약적 산업 대출을 늘려 고용을 확대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 방향인 지 의문"이라며 "효율성이나 생산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형평성 측면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은행별 영업 포트폴리오가 다른 상황에서 기업대출 규모가 큰 은행의 경우 이번 일자리 창출 기여도 평가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똑같이 100억원을 대출했어도 10명의 고용이 창출되는 산업이냐, 20명의 고용이 창출되는 산업이냐에 따라 편차가 생기는 것"이라며 "고용 효과에 따라 대출을 해주는 게 과연 은행의 역할인가"라고 반문했다.
애초부터 금융당국이 평가를 통해 은행권의 일자리 창출 역할을 강화하려는 취지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규제산업이라 해도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회사에 고용을 강제할 순 없고, 글로벌리 이러한 평가를 하는 나라도 없다"며 "특히 간접 고용 창출 효과를 계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데 이번 평가가 얼마나 실효성과 지속성이 있을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