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면역 치료의 새로운 길 열어
외부 전달체 필요없는 새 기술
[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항암 면역 치료가 가능한 새 유전자 가위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테라그노시스연구단 장미희 박사팀은 세종대 바이오융합공학과 홍석만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혈액암 세포’의 표면에 발현되는 면역체계를 방해하는 단백질들을 동시에 억제하고 면역세포인 ‘세포독성 T세포’를 활성화시켜 이런 기술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을 하도록 유전자를 편집함으로써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해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이다.
다중 표적 유전자 편집 작동 원리 및 면역 치료 기전 2019.07.18. [그김=KIST] |
특히 유전자 가위 기술 중 하나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CRISPR-Cas9 시스템)’은 면역세포의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교정함으로써 면역세포가 선택적으로 암세포만을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면역 치료 요법으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앞서 장 박사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외부 전달체 없이도 스스로 세포막을 뚫고 들어갈 수 있게 개량한 바 있다. 하지만 면역 활성을 조절하는 유전자의 종류가 다양할 뿐더러 안전하면서도 간편하게 면역 치료를 유도하는 기술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었다.
이번에 공동 연구진은 외부 전달체 없이 혈액암세포로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으면서도 여러 유전자를 동시에 효율적으로 교정할 수 있도록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한 번 더 개량해 면역 치료에 응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의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한 방법으로는 면역세포 중 ‘T세포’와 같은 혈액암 세포 내에 유전자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주로 바이러스나 전기충격요법을 사용했다.
바이러스를 이용한 방식은 원치 않은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고 표적이 아닌 게놈 서열에 유전자가 잘못 삽입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전기 충격 방식은 별도의 고가 장비가 필요하다. 전기 자극으로 대량의 세포를 한 번에 교정하기가 어렵고 세포생존도(cell viability)도 낮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이번 기술은 면역체계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진 면역 체크포인트 유전자 중 ‘PD-L1’, ‘PD-L2’ 두 개를 동시에 표적으로 한다. 이 면역 체크포인트를 표적으로 하여 면역 체계를 방해하지 못하게 유도, 결국 세포독성 T 세포가 암을 직접 공격할 수 있도록 해 항암 면역 반응을 증가시키는 치료 효능을 확인했다.
장 박사는 “새롭게 개발된 유전자 가위 기술은 다양한 면역세포에 적용가능하기 때문에 암뿐만 아니라 자가면역 질환, 염증성 질환 등 다양한 질병 치료제 개발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논문명 “A carrier-free multiplexed gene editing system applicable for suspension cells”)는 ‘바이오머티리얼스(Biomaterials)’ 최신호에 게재됐다.
kimy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