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무용단 안성수 예술감독 총 연출
가상도시 '마하고니'로 자본주의 사회 부조리 비판
17세기 바로크 의상과 현대적인 무대로 신선한 구성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고생 안하고 내 마음대로 사는 게 모든 인간의 욕망 아니겠어?"
사기꾼 일당 베그빅 부인, 트리니티 모세, 패티는 도망 중 새로운 도시 '마하고니'를 건설한다. 알래스카에서 7년간 벌목공으로 일하며 돈을 번 지미, 잭, 빌리, 조는 마하고니에서 향락을 즐긴다. 허리케인의 위협에서 벗어난 마하고니는 모든 금지조항을 없애고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한 쾌락의 도시가 된다. 그러나 이 때문에 지미는 단 돈 몇 푼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오페라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사진=국립오페라단] |
독일의 극작가 브레히트와 작곡가 바일의 협업으로 탄생한 오페라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이 처음으로 국내 무대에 올랐다. 20세기 오페라의 문제작으로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으로 사회가 번영하고 몰락하는 과정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전형적인 오페라가 아닌 재즈, 래그타임, 캬바레 음악과 색소폰, 반도네온 등 악기를 사용한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이다.
국립오페라단이 새롭게 해석해 초연하는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역시 파격적이다. 오페라에 현대무용을 접목해 색다른 무대를 선사한다. 전체 연출을 국립현대무용단 안성수 예술감독이 맡아 오페라와 현대무용의 경계를 넘나든다. 오페라 가수들의 움직임은 거의 없고, 대부분 무대 전면에 서서 노래를 부른다. 반면 무용수들은 상징적인 동작으로 내용을 암시하는가 하면, 매우 격렬한 동작으로 활기를 불어넣기도 한다.
오페라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사진=국립오페라단] |
'마하고니'는 '그물망 도시'란 뜻으로, 이곳의 삶에 취한 사람은 그물에 빠져 헤어나올 수 없게 된다. 파라다이스자 쾌락의 도시인 마하고니에서의 삶은 폭식, 폭음, 매춘, 권투 등 순간의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돈이 없으면 모든 게 무용지물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버림받고 사형까지 당하게 되는 허무한 결과는 자본주의 사회의 부조리함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무대는 끊임없이 대비와 대조를 이룬다. 17세기의 고풍스러운 의상을 입은 오페라 가수들과 달리 무용수들은 흰 셔츠와 바지를 입는다. 돈의 노예가 되고 점점 행복에서 멀어지는 것과 달리 우아한 기품을 끊임없이 유지하려는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또 바로크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과 달리 무대는 흑백에 직선이 강조된 모던한 스타일이며 현대적인 팝아트의 느낌의 LED로 독특한 분위기도 자아낸다.
오페라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사진=국립오페라단] |
지난해 국립오페라단 '코지 판 투테'를 지휘해 호평받은 벨기에 출신 다비드 레일랑이 지휘를 맡는다. '지미' 역은 테너 미하엘 쾨니히와 국윤종, '제니' 역은 소프라노 바네사 고이코엑사와 장유리, '베그빅' 역은 메조 소프라노 백재은, '패티' 역 테너 구태환, '모세' 역 베이스 박기현 등이 맡는다.
오페라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은 오는 1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