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러, 종전 규칙대로 어깨 높이에서 드롭했다가 1벌타 받아
립스카이, 메이저대회에서 몇 초 지각해 2벌타 '비싼 수업료'
커트탈락한 것으로 지레 짐작하고 비행기 탔다가 돌아가지 못한 시니어 프로
[뉴스핌] 김경수 골프 전문기자 = 세계 남녀프로골프투어가 2019시즌 상반기 일정을 마무리했거나 곧 마무리한다.
올해 상반기에도 세계 각 골프투어에서는 골프규칙을 위반해 벌타를 받은 선수가 적지 않았다. 규칙 해석이나 적용을 두고 일어난 해프닝도 많았다. 올해 1∼6월 발생한 벌타 사례와 해프닝 등을 모았다.
1월말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에서 리하오통이 퍼트를 하려고 스탠스를 취할 때 그 캐디가 뒤에서 라인을 봐주고 있다. 리하오통은 그 탓에 2벌타를 받았으나, 이 조항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USGA와 R&A는 관련 규칙을 조금 수정했다. [사진=USA투데이 홈페이지 캡처] |
◆규칙위반으로 인한 벌타 사례
▶존슨, '잘못된 볼' 쳐 페널티
더스틴 존슨은 1월초 미국PGA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2라운드 4번홀(파4)에서 티샷이 러프로 들어갔다. 포어캐디가 위치를 알려줘 가보니 자신이 쓰는 브랜드와 동일한 테일러메이드 볼이 있었다. 존슨은 자신의 볼인줄 알고 친 후 그린쪽으로 가다가 볼 하나를 발견했는데 그것이 진짜 자신의 볼이었다. 새 규칙에서는 플레이어가 자신의 볼인지 확인하기 위해 마크하고 집어올릴 수 있도록 했다. 그것만 알았더라도 2벌타를 막을 수 있었다. 존슨은 챔피언과 8타차의 공동 4위를 차지했다.
▶김해림·피승현, 스코어 오기로 실격
스코어 오기는 예나 지금이나 선수들의 실격 사유 중 첫 손가락에 꼽힌다. 김해림은 지난 6월 열린 한국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스코어 오기로 실격당했다. 한 홀의 스코어를 실제보다 낮게(좋게) 기록한 것이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그에 앞서 5월 열린 매경오픈에서는 국가대표 피승현이 3라운드 스코어를 낮게 적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실격당했다. 그는 국가대표 자격을 자진반납했다.
▶가르시아,'매우 부당한 행동'으로 실격 불명예
세르히오 가르시아는 '악행'으로 유명하다. 그는 2월초 유러피언투어 신설대회인 사우디 인터내셔널 3라운드 후 실격 통보를 받았다. 퍼트가 잘 되지 않자 무려 다섯 차례나 퍼터로 그린을 손상했다. 뒷조로 플레이하던 동료가 경기위원회에 이 사실을 알렸고, 위원회는 플레이어가 매우 부당한 행동으로 행동 수칙을 위반(규칙 1.2)했다고 하여 그에게 실격을 내렸다. 가르시아는 2007년 CA 월드챔피언십 때 짧은 퍼트를 실패한 후 컵에 침을 뱉어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리하오통, 캐디 뒤봐주기로 본보기 벌타
새 규칙은 플레이어가 스탠스를 취한 이후에 그 캐디가 플레이선 뒤에 서있는 것을 제한한다. 리하오통은 1월 유러피언투어 두바이 데저트클래식 4라운드 18번홀에서 퍼트 도중 캐디가 뒤에 서있었다고 하여 2벌타를 받았다. 공동 3위가 될 것이 그 벌타로 인해 공동 12위로 밀려났다. 애덤 솅크도 3월 미국PGA투어 혼다클래식에서 샷을 마칠 때까지 캐디가 뒤에 서있어서 2벌타를 받았다. 그 반면 데니 매카시는 2월 미국PGA투어 피닉스오픈에서 캐디가 뒤에 서있는 상태로 샷을 해 2벌타를 받았다가 그 다음날 무벌타로 재판정을 받았다. 리하오통과 매카시의 사례로 혼선이 일어나자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골프협회(R&A)는 이와 관련된 규칙(10.2b(4))을 수정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파울러, 어깨 높이에서 드롭하다가 1벌타
새 규칙은 무릎 높이에서 드롭하도록 규정한다. 리키 파울러는 2월말 WGA 멕시코챔피언십 때 세컨드샷이 OB가 나 1벌타 후 다른 볼을 드롭할 때 어깨 높이에서 떨어뜨리고 플레이를 속개했다. 규칙이 바뀐지 두 달이 가까이 됐으나 무릎 높이에서 드롭하는 것에 익숙지 않아 무심결에 어깨 높이에서 드롭한 것이다. 나중에 누군가가 얘기해줘 그는 1벌타를 받았고 그 홀 스코어는 더블 보기에서 트리플 보기로 변했다.
▶체카, 예전 그린북 보다가 실격
새 규칙은 그린북의 크기를 제한한다. 그린의 5야드를 8분의 3인치(약 0.95cm) 이상으로 확대해 표시한 그린북은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알렉스 체카는 이 사실을 모르고 미국PGA투어 혼다클래식 첫날 예전 그린북을 들고나가 그 그린북을 보고 퍼트를 했다. 경기위원이 이를 알아채고 체카가 15번홀 티잉구역으로 갈 때 실격사실을 고지했고, 그는 곧바로 골프백을 내렸다.
▶배선우, 아쉬운 벌타로 JLPGA투어 첫 승 기회 날려
올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 진출한 배선우는 3월 PRGR 레이디스 최종라운드에서 우승다툼을 벌였다. 13번홀 그린에서 볼에 마크하려는 순간 바람이 불어 그의 볼이 움직였다. 그는 얼떨결에 움직이는 볼을 집어들었다. 마크 동작과 볼 움직임의 연관성 및 선후를 파악하는데 모호한 점이 있었다. 경기위원은 비디오 분석 끝에 "마크하고 들어올리기 전에 움직이는 볼을 집어올렸으므로 1벌타를 받아야 한다"고 재정했다. 그 홀 스코어는 더블보기가 됐고 1,2라운드에서 선두권을 달리며 일본 무대 첫 승을 노렸던 그는 공동 6위에 만족해야 했다.
▶립스카이, 몇 초 지각으로 '엄청난' 수업료
아시안투어에서 주로 활약하는 데이비드 립스카이는 5월 남자골프 메이저대회인 USPGA챔피언십에 출전했다. 그의 2라운드 티오프 시각은 12시43분이었는데, 립스카이는 그 시각에서 몇 초 지난 후 출발 지점에 당도했다. 동반 플레이어 헨릭 스텐손은 "정말 1∼2초 차이였다"고 말했다. 립스카이는 2벌타를 받았고 그의 첫 티샷은 3타째가 되고 말았다. 그날 4오버파를 친 끝에 가까스로 커트를 통과한 그는 그 대회를 공동 71위로 마쳤다. 2벌타를 안받았으면 공동 60위를 할 판이었다.
▶'무명' 선수에게만 '슬로 플레이' 페널티 적용?
6월초 열린 US여자오픈 3라운드 때 아마추어 안드레아 리(미국 스탠퍼드대3)는 슬로 플레이를 했다는 이유로 시간계측과 경고를 받은데 이어 1벌타를 부과받았다. 2라운드까지 중상위권이었던 그는 3라운드를 70명 중 66위로 마쳤다. 그런데 당시 3라운드 마지막 조는 전반 9홀 소요시간이 3시간이나 됐다. 그러자 SNS에서는 "유명 선수들은 제쳐두고 무명 선수에게만 슬로 플레이 규칙을 적용하느냐"는 얘기가 나돌았다.
▶최은송, OB담장을 장해물 처리한 후 스스로 기권
최은송은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 후 기권했다. 한 홀에서 볼이 OB 경계를 표시하는 담장 인근에 멈췄다. 이 경우 그대로 치거나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하는 수밖에 없다. 최은송은 그러나 OB 담장을 장해물로 생각하고 구제절차에 따라 무벌타로 드롭하고 홀아웃했다. 나중에야 구제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안 그는 스스로 기권을 택했다. 기권하지 않았다면, 인플레이볼을 무단히 집어든데다 리플레이스하지 않았기 때문에 2벌타가 부과됐을 것이다.
▶메이저 챔피언의 규칙 지식은 'F'
2011년 브리티시오픈 챔피언 대런 클라크(51)는 6월 US시니어오픈에 출전했다. 첫날 10번홀(파4) 티샷이 왼편 러프로 갔다. 숲사이로 그린을 향해 볼을 쳐낼 수 있었으나 플레이선 약 10m 전방에 새집이 있었다. 클라크가 구제를 받을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경기위원과 얘기를 하고 있을 때, 그 캐디가 앞으로 가서 새집을 뽑으려고 시도했다. 새집을 움직일 수 있는 장해물로 생각한 모양이나, USGA뿐 아니라 대부분 경기위원회는 이런 류의 새집을 움직일 수 없는 장해물로 규정한다. 캐디가 새집을 너댓차례 좌우로 흔들었으나 새집은 쉽게 뽑히지 않았다. 그 새집이 뽑혔는지, 안뽑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원상태로 복원되지 않은 듯하다. 경기위원은 움직일 수 없는 장해물을 억지로 치우고 샷을 하려 했다는 이유로 클라크에게 2벌타를 부과했다.
대런 클라크(왼쪽)가 6월 US시니어오픈에서 새집(움직일 수 없는 장해물)을 치우고 샷을 한데 대한 벌타 여부에 대해 경기위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골프다이제스트 홈페이지 캡처] |
◆규칙 관련 해프닝
▶일부러 마크 안해 동반 플레이어에게 도움?
미국LPGA투어 혼다 타일랜드 2라운드 18번홀에서 아리야 쭈타누깐이 칩샷을 했다. 쭈타누깐은 홀 주변에 멈춘 볼에 마크하기 위해 가다가 멈춰버렸다. 다음 순간 에이미 올슨의 칩샷이 내리막을 타고 가다가 쭈타누깐의 볼을 맞히고 홀 쪽으로 가 정지했다. 올슨은 버디를 잡은 후 쭈타누깐에게 합장을 하고 인사했다. 쭈타누깐이 동반플레이어를 도와줄 의도가 있지 않았느냐는 뒷말이 나왔으나 경기위원회에서는 "합의한 것이 아니므로 둘 다 무벌타다"고 판정했다.
▶5cm는 기브 거리가 아닌가요
세르히오 가르시아와 매트 쿠차는 3월말 WGC 델 매치플레이 8강에서 붙었다. 7번홀(파3)에서 가르시아의 2.1m 파퍼트가 홀에서 1∼2인치 거리에 멈췄다. 가르시아는 곧장 다가가 퍼터헤드로 긁듯이 쳤다. 그러나 그 퍼트가 안들어가 더블보기가 되면서 그 홀의 패를 당했다. 그러자 보기 퍼트에 컨시드(기브)를 안준 쿠차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쿠차는 "컨시드를 줄 틈도 안주고 퍼트했다. 퍼트 후에 컨시드를 외칠 수는 없지 않으냐?"며 항변했다. 쿠차는 2업으로 4강에 진출했다.
▶볼이 저절로 굴러 페널티 구역에 가면?
리키 파울러는 2월 미국PGA투어 피닉스오픈 4라운드 11번홀(파4)에서 흔치않은 일을 겪었다. 서드샷이 페널티 구역에 빠져 드롭하고 볼이 정지한 것을 확인한 후 샷을 구상하러 그린쪽으로 걸어갔다. 그 사이에 볼이 저절로 굴러 다시 페널티 구역으로 들어갔다. 이 경우 인플레이볼이 자연의 힘에 움직였으므로 볼이 멈춘 곳에서 플레이를 해야 한다. 파울러는 또다시 페널티 구역 구제(1벌타)를 받고 트리플 보기를 했다. 그는 그러고도 2타차로 우승했다.
▶섣부른 판단이 부른 '자가 커트 탈락'
5월 톰 길리스는 미국 챔피언스투어 메이저대회인 시니어PGA챔피언십에 출전했다. 2라운드 후 합계 9오버파를 기록한 그는 예상 커트라인이 6오버파라는 얘기를 듣고 짐을 쌌다. 뉴욕주에서 350마일을 날아 집이 있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공항에 도착한 뒤에야 커트(9오버파)를 통과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돌아갈 것인가' '포기하고 가족과 함께 보낼 것인가'로 고민하던 그는 후자를 택했다. 그 대회 최하위가 받은 상금은 5150달러(약 610만원)였다. 이는 길리스가 대회에 돌아갔을 경우 치렀을 왕복항공권 요금보다 많은 액수다.
▶"주장할 것을 주장해야지"
5월 미국PGA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1라운드. 매트 쿠차의 17번홀(파4) 드라이버샷이 한 번 바운스한 후 페어웨이 오른편 우묵한 곳에 멈췄다. 볼은 이미 나있는 피치마크(볼마크) 가장자리에 걸쳤다. 쿠차는 "내 볼이 처음 바운스 후 낙하할 때 기존 자국에 오버랩되면서 그 자국이 살짝 다시 파였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박힌 볼 구제를 해달라는 뜻이었으나 제3자가 볼 때에도 '억지성'이 다분했다. 두 명의 경기위원이 오고, 중계방송 카메라의 도움을 얻은 끝에(약 10분 소요) 쿠차의 요구는 기각됐다. 동반플레이어 리키 파울러는 "쿠차가 속이려 든다"고 공개비난했고, 쿠차는 또한번 구설에 올랐다.
▶스코어카드 제출보다 화장실이 급했던 아마추어
아마추어 스카일러 폭스는 6월 US오픈 지역예선(하루 36홀 경기)에 출전했다. 폭스는 1라운드에서 78타를 친 후 스코어카드를 내지 않고 화장실로 향했다. 동반플레이어 두 명은 스코어카드를 냈는데도 폭스는 15분간이나 안나타났다. "두통 때문에 화장실에 갔다"는 것이 폭스 부자의 항변이었으나 경기위원회는 "폭스가 점심을 먹으러 갔고 다음조가 스코어카드를 낼 때까지 약 15분 후에도 돌아오지 않았다"며 실격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