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판결시 최대 45년형 처해질 수도
한때 도널드 트럼프·빌 클린턴·앤드루 왕자와도 친분 유지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미국의 펀드매니저 출신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66)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8일(현지시간) 경제매체 CNBC와 CNN 등에 따르면 뉴욕 남부지검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뉴욕과 플로리다에서 수십 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매매를 한 혐의와 성매매를 알선한 두 가지의 혐의로 엡스타인을 기소했다. 엡스타인은 앞서 지난 6일 뉴저지 소재의 테터보로 공항에서 체포됐다.
연방검찰은 지난 주말 맨해튼에 있는 엡스타인의 맨션에서 미성년자로 추정되는 소녀들의 나체 사진을 수백 장, 많게는 수천 장을 증거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중에는 14세에 불과했던 소녀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은 기소장을 통해 "엡스타인이 의도적으로 미성년자들을 찾았으며, 피해자의 다수가 18세 미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피해자 중 자신들의 나이를 그에게 밝힌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엡스타인이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대 45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검찰은 현재 엡스타인이 막대한 부를 거머쥐고 있으며, 국제적인 거물들과도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도주의 위험"이 크다고 주장하며 보석에 반대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뉴욕남부지검 연방검사가 제프리 엡스타인을 기소했다고 밝히면서 그의 사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2019.07.08.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엡스타인이 체포된 이후 그와 한때 친분을 유지했던 정계의 거물급 인사들에게도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엡스타인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영국의 앤드루 왕자 등과 친분을 유지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파장이 커지자 클린턴 전 대통령 측은 성명을 통해 엡스타인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 대변인은 또 "앱스타인과 대화를 하지 않은지 10년이라는 시간이 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엡스타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발언도 재조명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2년 뉴욕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제프리를 15년 동안 알고 지냈다. 멋진 사람이다. 그와 함께 있는 것은 매우 재밌다"며 "그는 나만큼 아름다운 여성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는 데, 이들 중 대부분은 나이가 어린 편이다"고 언급한 적 있다.
엡스타인은 2008년에도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처벌받은 바 있다. 당시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었지만, 검사와의 협상 끝에 13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심지어 복역 중 사무실로 출근할 수 있는 허가까지 받으면서 그에 대한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한편, 엡스타인이 감형 받을 당시 플로리다 마이애미의 검사였던 알렉스 아코스타 현 노동부 장관이 관여했던 사실까지 재조명되면서 트럼프 행정부도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낸시 펠로시(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장도 트위터를 통해 아코스타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