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맹인가수 니나의 성장기 그린 '송오브더다크'
헬렌 켈러에 비유해 꿈·용기·희망 등 보편적 메시지 전해
[대구=뉴스핌] 황수정 기자 = 눈이 멀고 귀가 멀었지만 작가이자 인권 운동가로 세계적인 위인으로 칭송 받는 헬렌 켈러. 만약 우리가 눈이 멀었다면, 그처럼 삶을 포기하지 않고 훌륭히 성장할 수 있을까.
뮤지컬 '송 오브 더 다크(Song of the Dark)'는 시각 장애를 가졌지만 천상의 목소리의 소녀 니나의 성장기를 그린다. 제13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의 창작 지원작으로, 2017년 CJ문화재단 공연부문 지원사업 '스테이지업'에 선정돼 리딩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제13회 딤프 창작지원작 '송오브더다크' [사진=벨라뮤즈] |
극의 주인공 니나는 어린 시절 동생의 실수로 눈을 잃게 되지만 천상의 목소리라는 찬사를 받으며 노래를 부르며 살아간다. 꿈의 무대인 베르디 극장에서 오디션을 앞둔 어느 날, 가족들은 한 통의 전보로 급히 길을 나선다. 낯선 도시에서 홀로 남겨진 니나는 가족들을 찾기 위해 처음으로 혼자 바깥에 나서게 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성장하게 된다.
한 맹인 소녀의 성장기가 '헬렌 켈러'와 '천상의 목소리'라는 두 가지의 소재로 버무려졌다. '헬렌 켈러'는 가족들이 바라는 이상향이자 니나에게 길잡이가 되지만, 때로는 부담스럽거나 잔소리꾼처럼 여겨진다. '천상의 목소리'는 니나가 유일하게 잘하는 것이자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수단이 된다. 모든 일상을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반대로 니나의 재능 덕분에 가족들도 살아가게 되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기도 한다.
제13회 딤프 창작지원작 '송오브더다크' [사진=벨라뮤즈] |
가족의 도움 없이는 평범한 일상도 어려웠던 니나는 바깥 세상에서 친절했지만 도둑이었던 제비아노, 맹인이지만 자신을 도와준 할머니, 그를 도와 살아가는 루카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서서히 성장한다. 앞이 보이지 않음은 문제가 아니며, 자신의 마음가짐에 달렸음을 깨닫게 되는 것. 보편적인 메시지는 동화적인 상황 설정과 연출로 한층 귀엽게 전달된다.
다만 니나의 캐릭터가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다. 가족들이 떠나기 전까지 니나는 자신 때문에 모든 것을 희생한 가족들의 소중함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너무나 예민하고 신경질적이며, 자신의 눈을 잃게 한 동생의 천재적인 그림 실력과 홀로 유학 중이라는 사실을 질투하고 미워했다. 홀로서기 과정도 문을 열고 나온 용기는 가상하나 여전히 의존적이기만 할 뿐이다.
제13회 딤프 창작지원작 '송오브더다크' [사진=벨라뮤즈] |
그럼에도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 그보다 더한 시각장애까지 더한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박수를 칠 만한 일이다. 여기에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 4중주의 아름다운 선율과 어우러진 서정적인 넘버도 극의 분위기를 높인다. 오페라가 더해진 넘버는 매우 클래식하면서도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전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