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지금 대한민국은 매우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다. 우선 경제적으로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야 한다. 그러나 경제발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물질적 풍요 이상으로 정신적 만족을 추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자유와 평등, 쾌적함과 여유로움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경제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경제적 성과를 따르지 못하는 후진적인 정치사회행태, 심각한 양극화와 갈등 구조까지 사회 통합을 가로막고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들이 산적해 있다. 이철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10회에 걸쳐 더불어 잘 살기 위한 개혁과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갑질이 횡행하고 수많은 ‘을’들이 억울함을 당하는 이 사회를 한시바삐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서로가 인격체로서 존중하고 따뜻하게 포용하고 나누는 행복한 경제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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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서는 사회구성원들이 서로 친밀하고 협동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어떤 일을 처리함에 있어 자기 자신에게는 매우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되, 다른 이에게는 아량과 배려로 대할 때에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이와 함께 공동선을 위한 원칙과 규율을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 우리사회에 나눔과 배려의 정신, 그리고 기부문화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선악을 분별하는 능력인 도덕성이 날로 희박해지는 오늘의 세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참다운 인간정신이 함양되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 새로운 사회가 공유할 새로운 비전과 가치를 만들고 실현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새로운 가치의 핵심 구성요소는 다른 사람들과의 협력, 나눔과 배려 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눔은 주위에 끊임없이 따뜻한 관심을 가질 때 가능하다. 나눔은 관심으로부터 시작되어 실행으로 옮겨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눔이란 꼭 돈이 많아야 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만약, 돈을 많이 벌어야만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쩌면 우리는 평생 나누지를 못할지도 모른다. 나아가 꼭 돈으로만 나눌 수 있는 건 아니다. 자신의 지식, 경험이나 갖고 있는 재능을 나눌 수도 있다. 그리고 시간을 나눌 수도 있고, 시선을 나눌 수도 있고, 생각을 나눌 수도 있고, 마음을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1998년 하버드대 연구팀이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사람의 침에는 면역항체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근심이나 긴장이 계속되면 침이 말라 이 항체가 줄어들게 된다. 연구팀은 하버드대생 132명의 항체 수치를 확인한 후 테레사 수녀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여줬다. 결과는 놀랍게도 학생들의 면역항체 수치가 50%나 증가했다. 선한 행동을 직접 하지 않고 보거나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이후 이러한 현상을 두고 ‘마더테레사 효과(The Mother Teresa Effect)’라고 부르고 있다.
기부는 남을 위해서 베풀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이며, 조건 없는 사랑의 표현이다. 미국에서는 그동안 역사적으로 록펠러에서부터 빌 게이츠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업가들이 자선재단 등을 만들어 교육이나 사회복지, 빈곤퇴치 등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처럼 거액의 기부행위도 값지겠지만 기부금은 아무리 적은 금액이어도 값지다. 특히 우리의 경우 지금까지 국가나 사회에 기부금을 낸 분들을 보면 돈이 많아서 기부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푼푼이 모은 돈이거나 여유가 있더라도 검소한 생활을 통해 절약한 돈을 기증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다.
사회봉사활동 또한 바람직한 나눔의 한 유형이다. 그동안 살아오는 과정에서 축적된 다양한 지식과 경험, 능력들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노후생활이 얼마나 보람되고 행복하게 느껴질까? 이는 비록 현역에서는 은퇴해 뒷전으로 물러나 있지만, 사회봉사활동을 통해 그래도 자신의 존재감이 여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사회봉사활동은 또 우리 중년세대가 후배세대들에게 남겨놓은 미완의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는데 기여하는 방편도 될 수 있을 것이다.
배려는 인간성을 형성하는 데 있어 가장 으뜸 되는 덕목이다. 배려의 기본 속성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 있다. 배려가 부족한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이다. 서로 대화를 할 때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은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말만 늘어놓는다. 경청하려는 마음가짐이 부족하다. 우리가 귀로 듣고 마음으로 들을 때 비로소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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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나 자신과 모습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다고 해서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곤란하다. 우리 민족은 동질성 의식이 강해 이런 경향이 농후한 편이다. 다문화 가정과 가족을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태도, 세대 간의 문화와 취향이 다른 것을 이해하려 들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의 생각을 강요하고 고집하는 태도는 이 사회에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우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다른 사람이 양보하기를 강요하며 살아간다. 기다리면 손해를 본다는 생각에 젖어 있는 사람들에게는 작은 배려도 기대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행복은 작은 배려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배려는 사소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다 보면 배려의 싹이 탄생하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매일 일상생활을 해나가는 데 있어서도 배려가 필요한 분야가 적지 않다. 앰뷸런스 차량이 긴박하게 사이렌을 울리며 다가오는데 이를 위해 길을 비켜주지 않는 사회는 선진화된 사회라 할 수 없다. 주차를 할 때도 배려가 필요하다. 남의 차선을 침범해서 차량의 문을 열기도 어렵게 만드는 행위, 주차공간 두 개에 걸쳐 차를 세워놓아 다른 차의 주차를 불가능하게 하는 행위, 소방차 전용구역에 주차해서 소방차 진입을 방해하는 불법행위 등은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
이처럼 배려는 우리 사회가 보다 성숙해지고 선진화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이다. 그리고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기부와 나눔과 같은 선행을 베푸는 활동은 모든 사람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라 하더라도 이 나눔과 배려의 정신이 부족하면 그 사회는 행복하지 않으며 선진화된 사회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나눔과 배려의 정신 함양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인성교육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인성교육이란 마음의 바탕이나 사람의 됨됨이 등의 성품을 함양시키기 위한 교육으로, 지(知), 정(情), 의(意)를 조화롭게 발달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나아가 개인적인 자아실현을 위한 가치교육이자 사회생활을 하면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도덕교육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 공정한 사회, 신뢰할 수 있는 사회와는 거리가 멀다고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이러한 부정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함에 따라 우리 공동체의 삶이 행복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인간의 관계성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은 데서 비롯되고 있다. 서로가 불필요한 갈등 없이 친밀하고 협동적인 인간관계가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따라서 관계성을 결정짓는 인성을 키우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이 인성교육은 가정에서부터 먼저 시작되어야 한다. 참다운 인성을 갖춘 사람으로 키우는 데는 물론 학교에서의 인성교육도 중요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의 밥상머리 교육이 더 중요하다. 행복한 삶의 근원은 ‘가정’이기 때문이다.
이철환 mofelee@hanmail.net
▶이철환= 금융인, 전 행정공무원. <암호화폐의 경제학> <뜨거운 지구를 살리자> <좋은 돈 나쁜 돈 이상한 돈> 등 저서 다수. △성균관대학교 경영학 학사 △오리건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 △재정경제원 인력개발과 과장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 종합정책과 과장 △재정경제부 장관비서실 실장 △재정경제부 국고국 국장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