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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이어 한국 찾은 영국작가 콜버트 “이제는 즐거운 메가팝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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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 커다란 붉은 집게발에 푸른 옷을 입은 랍스터맨이 ‘어벤져스’의 캡틴아메리카 방패를 들고 중세기사처럼 전투에 나섰다. 나이키 티셔츠를 입은 반 고흐도 말에 올라 장검을 휘두르고 있다. 화가 조지 콘도(1957~)의 인물초상은 아디다스 후드티를 입고 피묻은 칼을 들고 있다. 대체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도무지 가늠하기 힘든 그림을 그린 이는 영국 아티스트 필립 콜버트(1979~)이다. 콜버트는 ‘Hunt’라는 명제의 회화 연작에서 중세에서부터 현대까지 온갖 예술적 도상을 거침없이 버무렸다. 뿐만 아니라 코카콜라 나이키 아디다스 라코스테 콜게이트(치약) 등 대중의 일상 속 아이콘을 마음껏 믹스하고 있다. 어지러울 정도로 다종다기한 이미지들이 등장하는 콜버트의 ‘Hunt 페인팅’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것은 붉은 얼굴의 랍스터맨. 뚱뚱한 체구에 커다란 집게발을 한 바닷가재 형상의 랍스터맨은 작가 필립 콜버트의 ‘제2의 자아’이자 예술적 심볼이다.

서촌 갤러리시몬 전시장에 설치된 필립 콜버트의 랍스터 아미 [사진=이영란 기자]

홍콩의 화이트스톤 갤러리에서 이 랍스터맨을 주인공으로 한 ’Lobster Land(랍스터 랜드)’라는 개인전을 성황리에 가졌던 필립 콜버트가 한국을 찾았다. 콜버트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갤러리시몬(대표 김영빈) 1~3층에 랍스터맨 페인팅과 각종 신작 회화, 조각, 아트토이, 영상작품을 풀어놓았다. 미니멀하고 의미심장한 현대미술 작업을 주로 소개해왔던 갤러리시몬의 조용한 전시장이 붉고 푸른 원색의 바닷가재들로 활기를 띄고 있다. 갤러리시몬의 역대 전시 중 가장 경쾌하고, 가장 화려한 전시다.

붉은색 랍스터맨이 새겨진 모자를 쓴 콜버트는 “어째서 랍스터맨이냐?”는 질문에 살바도르 달리 때문이라고 답했다. 대학(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류스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그는 달리가 1936년 제작한 오브제 작업 ‘Lobster Telephone’에 홀딱 반하고 말았다. 투박하기 이를데 없는 검정색의 전화기(이제는 빈티지가 됐다)에, 붉은색 바닷가재가 얹혀진 달리의 작품은 기발한 상상을 즐겨 하던 콜버트의 뇌리에 박혔고, 이후 콜버트는 ‘랍스터맨’을 만들어냈다.

노란색 랍스터맨 꽃병 오브제와 함께 한 필립 콜버트 [사진=이영란 기자]

작가는 “초현실주의 작업을 좋아해 즐겨 접하곤 했다. 당연히 전화수화기가 놓여져야 할 자리에 붉은 바닷가재 껍질을 올린 달리의 도발을 보고 ‘심쿵’했다. 그래서 나온 게 랍스터맨이다”라고 했다.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의 사물을 예술로 끌어들여 ‘부조화의 묘미’를 전해준 거장의 작업에 매료된 그는 이후 일상과 예술, 과거와 현재, 격조와 통속,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들며 랍스터맨을 다채롭게 변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랍스터맨은 황금왕관을 쓴 중세 기사가 되기도 하고, 아이폰을 들어올린채 셀카를 찍기도 하며, 보드를 타고 달리기도 한다. 랍스터맨은 본격적인 팝아트 조각으로 빚어졌지만, 손에 쏙 들어오는 아트토이가 되기도 하고, 모자나 티셔츠, 뱃지, 머그에도 등장한다. 물론 회화와 영상작품 속에도 모습을 드러낸다. 끝없이 변주가 가능한 것이다. 랍스터맨을 창안하자 영국의 사치갤러리가 그를 캐스팅해, 영국은 물론 일본 미국 홍콩 한국 등지에 활발히 소개하고 있다. 게다가 이 재기발랄한 작가는 미국 보그 매거진의 편집장으로부터 “앤디 워홀의 대자(代子)”라는 별칭도 부여받아 유명세를 더하는 중이다.

필립 콜버트의 Hunt Scene 연작 [사진=이영란 기자]

이번 서울 전시에는 페르낭도 레제, 파블로 피카소, 프랜시스 베이컨, 조지 콘도 등 근현대 거장의 도상을 랍스터맨과 자유롭게 믹스한 'Hunt 페인팅’을 필두로, 랍스터맨 조각, 오브제, 영상작업 등이 포함됐다. 또 높이 21cm의 ‘랍스터 아미’(200달러)를 촘촘히 연결한 설치작업도 시도됐다. 또다른 한축은 앤디 워홀의 ‘플라워’ 연작과 프랜시스 베이컨의 인물초상 연작을 패러디한 회화로 이뤄졌다.

워낙 다양한 이미지들이 혼재되고 뒤섞여 대체로 대형 사이즈인 콜버트의 'Hunt 페인팅'은 서양미술사의 유명 도상들과 대중문화 상징들이 거침없이 채집돼 사냥 포획물이 도열한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그림 구석구석에 SNS의 ‘좋아요’아이콘과 비트코인, 컴퓨터의 에러(Error) 사인까지 떠다닌다. 콜버트는 특히 페르낭도 레제와 프랜시스 베이컨, 조지 콘도의 회화를 좋아하는데 “이들 작가는 그 전 세대 작가들의 작업에서 영향을 받아 이를 새롭게 재해석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작가는 “오늘날의 디지털 문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휴대전화와 컴퓨터로 온갖 예술에 너무도 쉽게 접근하게 만든다. 또 한편으론 범람하는 상업이미지와 브랜드들이 대중의 라이프스타일을 과잉소비로 치닫게 하기도 한다”며 자신은 그 같은 현실을 하나로 엮고, 연결해 오늘 현대인의 복잡다단한 표상을 드러내고 싶었다는 것. 단 프랜시스 베이컨이 당대의 인간초상을 고뇌에 찬 인물로 그려냈다면 콜버트는 팝아티스트답게 이를 톡톡 튀듯 즐겁고, 경쾌하게 직조해내 대조를 보인다.

필립 콜버트는 말한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속에서 너무도 다양한 이미지들이 터질 듯 포화상태이듯 예술 또한 모든 것이 어우러지는 메가팝 시대다. 메가팝 시대에는 부연설명이 필요 없다. 이미지만 보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니까. 그러니 즐겁고 편하게 만끽하면 된다"고. 전시는 8월10일까지 계속된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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