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이 주도해 발표한 500억 달러(약 57조8000억 원) 규모의 팔레스타인 경제 개발 계획이 팔레스타인에서 커다란 반대에 부딪혔다. 팔레스타인인들은 팔레스타인을 어려움에 빠뜨린 장본인인 트럼프 정부가 이 같은 계획을 내놨다는 사실 자체에 커다란 거부감을 표시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CNN, BBC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전날 쿠슈너 고문은 바레인 마나마에서 ‘평화에서 번영으로’(peace to prosperity)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향후 10년간 팔레스타인의 경제 발전을 위해 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틀간 진행된 이번 콘퍼런스에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 정부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70년 묵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 해결을 추진해 온 트럼프 정부는 경제 개발이라는 당근을 통해 팔레스타인이 협상 테이블에 앉고 미국 측의 협상안을 받아들이기를 원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내놓은 경제 개발 계획은 팔레스타인이 독립을 원하는 웨스트뱅크와 가자지구에 500억 달러의 투자해 10년간 팔레스타인의 국내총생산(GDP)을 2배로 불리고 실업률을 한 자릿수로 낮추며 빈곤율도 50%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이의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사진=로이터 뉴스핌] |
쿠슈너 고문은 전날 “더 희망적이고 그들의 가족을 위한 기회를 보는 사람은 현재 불운에 대해 다른 사람을 탓하는 대신 기회를 따르는데 에너지를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측은 트럼프 정부의 제안에 커다란 반감을 표시했다. 특히 미국 정부가 내놓을 이른바 ‘평화 계획’이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을 기본 원칙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분노로 이어졌다. ‘두 국가 해법’이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전의 국경선을 기준으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각각 독립 국가를 세우는 방안이다.
웨스트뱅크 일부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지난 2017년 트럼프 정부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이전한 후 미국과 외교 접촉을 끊었다. 이후 미국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원조와 팔레스타인 난민에 대한 유엔의 원조에 대한 기여를 중단했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수반은 “우리는 경제적 지원과 돈, 원조가 필요하다”면서도 “그러나 모든 것 이전에 정치적 해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대변인은 “팔레스타인은 지구상의 모든 보물을 얻기 위해서라도 그들의 권리를 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 수천 명은 이날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포스터를 불태우는 등 불만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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