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백수 가족 장남 기우로 봉준호 신작 합류
현 시대 청년 그려…영화 OST '소주한잔' 참여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자부심 느껴"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길은 희뿌연 안개 속에, 힘껏 마시는 미세먼지. 눈은 오지 않고 비도 오지 않네. 바싹 메마른 내 발바닥, 매일 하얗게 불태우네. 없는 근육이 다 타도록, 쓸고 밀고 닦고 다시 움켜쥐네. 이젠 딱딱한 내 손바닥. 아, 아, 아…. -영화 ‘기생충’ OST ‘소주 한 잔’ 中
배우 최우식(29)이 신작 ‘기생충’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이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되는 가족 희비극이다. 최우식이 연기한 기우는 기택의 아들로 네 차례 대입 실패 후 백수로 지내지만 불평불만 없이 늘 긍정적인 청년이다.
“처음에는 정말 부담됐어요. 감독 봉준호, 아버지 송강호, 게다가 롤도 크더라고요.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어떡하지?’란 생각을 많이 했죠. 제가 기우와 달리 그렇게 긍정적이지도 않고 걱정도 많거든요(웃음). 그래서 긴장을 엄청 했죠. 근데 달리 생각해보니까 제가 언제 송강호 선배를 아버지라고 부를까 싶더라고요. 하하. 거기에 단계별로 얼굴이 많은 캐릭터라 연기로 보여줄 얼굴도 많겠다고 생각했죠.”
최우식은 고민했다지만, 사실 기우와 그의 만남은 필연적이었다. 봉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기우 역에 최우식을 염두에 뒀다. 봉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유연하고 부드럽고 때로는 기묘한 측은지심을 자아내는 최우식의 얼굴은 우리 시대 모든 젊은이를 품고 있다.
“지금까지 다른 영화에서 보여준 얼굴도 있고 새로운 얼굴도 있었죠. 그래서 연기하면서는 기우가 가진 미세한 단계별 얼굴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어요. 거기에는 삶의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 있었죠. 감독님과 공통적으로 말한 건 기우가 절대 부족한 친구가 아니란 거죠. 실전에 약할 뿐 똑똑하고 야망도 있어요. 이 시대의 청년들처럼 주어진 환경에서 더 나아갈 수 있는 에너지도 있고요. 그렇게 잡고 접근해 갔어요.”
최우식은 이번 영화의 OST에도 참여했다. 앞서 언급된 노래 ‘소주 한 잔’이다. 봉 감독이 작사하고 정재일 음악 감독이 작곡한 노래로 기우로 대변되는 이 시대 청년들의 고달픈 삶을 녹여냈다. 최우식의 차분한 음색은 서정적인 가사, 리드미컬한 기타 선율과 만나 ‘기생충’의 엔딩크레딧을 장식한다.
“후시 녹음 끝날 때쯤 감독님이 ‘노래 한번 해볼래?’라고 해서 장난인 줄 알았어요. 사실 쫑파티 때도 정 감독님이 ‘노래 잘하네?’라셨죠. 지나가는 이야긴 줄 알고 ‘네~ 저 잘해요!’라고 까불었거든요. 그러다 이렇게 돼버린 거죠(웃음). 이후에 (봉 감독이) 직접 쓴 가사를 받았는데 시나리오 받을 때처럼 떨리더라고요. 여전히 극장에서는 제 노래를 듣진 못하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작은 메시지를 던져주는 역할을 한 듯해서 너무 좋아요.”
모두가 알다시피 ‘기생충’은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한국에서 실시간으로 시상식을 지켜봤다는(최우식은 일정상의 문제로 폐막 전에 귀국했다) 그는 소감을 묻는 말에 “황금종려상 수상작에 참여했다는 자부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털어놨다.
“출연 자체가 영광인 작품이었는데 황금종려상까지 받은 거잖아요. 정말 놀람과 기쁨의 연속이죠. 게다가 가족들 반응도 너무 좋아서 기뻐요. 제가 어머니 반응을 크게 생각하는데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뭔가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된 듯해서 더 뿌듯했죠. 이제 좋은 감독님, 선배들과 한 좋은 경험을 살려서 또 좋은 작품을 찾아보려 해요. 장르, 캐릭터 가리지 않고 최대한 다양하게 많이 하고 싶어요.”
jjy333jjy@newspim.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