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에서 상업지역은 상권 활성화와 같은 효과를 어느 정도 거둔 반면 주거지역에서는 별다른 개선을 얻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업지역의 경우 상가 임대료와 권리금이 강세를 보이는 반면 주거지역에서는 집값에 효과가 없는 것은 물론 수요-공급 원리에 맞춰지기 마련인 전월세 가격도 사업 이전과 비교해 변동이 없거나 떨어진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의 방향성을 다시 고민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부동산전문가들에 따르면 서울시가 추진한 도시재생활성화 사업지역 특성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우선 상업행위가 활발한 상업지역이나 가로변 등은 도시재생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대표적인 곳이 성수동 수제화거리 일대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박원순식' 개발사업인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이 1단계 사업으로 서울지하철2호선 성수역 부근을 지정했고 쇠락해가던 이 일대 수제 공장 밀집지역을 바꾸는 사업에 착수했다.
총 445억원을 투입한 이 사업에서는 이 지역 토착산업인 신발산업을 육성해 '공장'에서 '상가'로 변모시키는 것에 주력했다. 이를 위해 임대공간을 제공해 영세사업자를 보호하고 청년 창업활동을 지원했다. 이와 함께 보행공간을 개선해 보행자들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고 지역문화탐방길을 마련해 유동인구가 모일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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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수제화 테마공원 [사진=SH공사] |
그 결과 성수동 수제화 거리 일대는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현지의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우선 임대료가 강세를 보인다는 것. 성수동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일대는 상생약정을 맺은 것을 비롯해 서울시가 직접 관할하기 때문에 임대료 상승에 한계가 있는데도 임대료가 강보합을 보이고 있다"며 "매물 회전 속도도 과거보다 훨씬 빨라져 수제화 공장 등을 창업하려는 수요에게 인기가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개별공시지가를 보면 이 일대 한 필지의 공시지가는 지난 2007년 390만원대에 접어든 뒤 2015년까지 8년간 430만원으로 약 40만원 올랐다. 하지만 2016년 450만원대로 오르고 2017년 470만원대로 또다시 뛰었다. 올해 발표된 공시지가는 620만원으로 사업후 190만원이 오른 것이다. 지난해 대비 올해 공시지가 상승률도 20%를 넘어 서울 평균(13%)을 훌쩍 뛰어넘었다.
'해방촌'이라고 불리는 용산구 용산2가 일대 상권도 도시재생의 수혜를 받은 곳으로 꼽힌다. 아직 사업이 진행 중인 해방촌은 남산에 고립된 지형을 갖고 있는데다 교통편이 불편해 유동인구가 많지 않다. 하지만 지난 2016년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상파 TV 예능프로그램에 알려지면서 유동인구가 크게 늘었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아직 수치적으로 임대료나 매맷값이 오른 것은 아니지만 매도자 우위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도시재생사업으로 좁은 도로가 그나마 단장되고 있어 일대 상권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반면 주거지역에서는 도시재생사업이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도시재생사업을 마무리한 종로구 창신·숭인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일대는 뉴타운사업지구(재정비촉진지구)에서 해제된 뒤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했지만 주거환경 개선에는 큰 도움이 안됐다는 분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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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동 도시재생 지역 [사진=이동훈 기자] |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개발이 중단되고 도시재생사업이 서울시가 비용을 내서 직접 추진한다는 말이 나왔을 때 집값, 땅값이 다소 오르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일이 없다"며 "매매·전세 거래는 비교적 활발한 편이지만 이 지역은 예전부터 그랬던 곳이라 도시재생사업 효과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집값이 전혀 안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타지역에 비해 오른 것은 아니다"라며 "도시재생 이전보다 주거환경이 개선된 것 같긴한데 이를 피부로 느낀다는 사람들은 없다"고 말했다.
사업 내용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앵커시설'인 주민센터는 서울시가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직원들이 오가고 있어 외부인 출입이 반기지 않는 주거지역에는 오히려 위해가 된다는 것. 창신동에서 만난 한 주민은 "백남준 기념관의 카페 고용인을 제외하면 고용 확대에도 도움이된 것이 없을 것"이라며 "주민센터, 지원센터 같은 주민들에게 필요한 시설이 아니라 서울시에서 자금을 지원받는 사람들을 위한 건물만 들어온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장위13도시재생활성화구역을 비롯한 일부 도시재생구역에서는 아예 재개발사업을 다시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주택개량이나 주차문제와 같은 현안을 해결되지 않은채 200억원 가량 막대한 돈을 써서 골목길 포장이나 다시하고 앵커시설만 짓는 도시재생이 주거지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서울시의 도시재생기법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형 도시재생사업의 핵심 기법인 전시관·박물관 건립, 보행공간 단장, 쌈지공원 조성, 벽화 그리기 등은 상권 주변이나 전통시장 등에서는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주거지역에서는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역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시설 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진수 건국대 교수는 "결국 서울시의 도시재생사업 방식은 주거지나 상업지나 다른 것이 없으며 상업지는 사업의 효과를 보지만 주거지는 그렇지 않은 셈"이라며 "주거지에는 주차장을 위시한 거주하는 주민들이 필요한 편의시설 중심으로 짓고 상업지는 전시관과 같은 유동인구를 모일 수 있도록하는 방향으로 개발에 나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