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인보사 허가 취소 및 이 전회장 형사고발
지난해 말 퇴임후 인보사 관련 입장 표명 없어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로 창업의 길을 가겠습니다. 그 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밖에서 펼쳐보려고 합니다."
지난해 11월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깜짝 퇴임' 소식을 전하면서 향후 계획을 언급한 대목이다. 재계 순위 30위권의 그룹 총수가 스스로 회장직에서 물러나 새롭게 창업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 '아름다운 퇴장'이란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그랬던 이 회장의 '아름답지 못한 처신'이 비판받고 있다. 이 회장 본인이 인생의 3분의 1을 투자한 '네번째 자식'이라던 골관절 치료제 '인보사'가 결국 허가 취소를 받았는데도,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 표명이 없어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8일 인보사에 대해 허가 취소와 함께 이웅열 전 회장 및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등을 형사고발키로 했다.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 [사진=코오롱] |
한때 '인보사'는 코오롱그룹의 미래 먹거리이자 혁신 신약으로 꼽혔다. 이 전 회장은 공식석상에서 수차례 인보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고, 19년간 직접 연구개발(R&D)을 지휘하고 약 1100억원에 달하는 투자 결정을 내렸다.
이 전 회장은 개발 초기부터 인보사의 세계 시장 공략을 염두에 두고 1999년 미국에 티슈진(Tissugene, Inc.)을 설립했다. 이후 2000년 티슈진아시아(현 코오롱생명과학)를 설립하고, 2001년부터 관련 특허들을 취득하고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임상을 진행하는 등 인보사 개발을 이어왔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2017년 식약처로부터 인보사 출시를 승인받았고, 같은 해 11월 코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미국 연골재생 임상 3상만 마치면 인보사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이날 식약처의 허가 취소로 이같은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이미 코오롱티슈진 소액주주들은 '인보사 사태'에 따른 주가 손실 피해에 대해 이 전 회장을 검찰에 고소하기로 했다
앞서 이 회장은 퇴임 발표 직후인 지난해 12월엔 상속세 탈세혐의로 국세청 조사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지난해 말 퇴임 이후 최근까지 이 회장은 인보사 사태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근황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코오롱그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코오롱 관계자는 "현재로선 언급할 것이 없고,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의 근황에 대해서도 "퇴임이후 회사에 출근을 안하시니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웅열 회장이 물러났다고 해서 과거 책임까지 면피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여전히 코오롱그룹의 최대주주이자 인보사 개발 총책임자로서 인보사 사태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