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장관, 최저임금·노동시간 단축 정책간담회
"공익위원 8명 위촉 절차 5월 중 마무리 "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입법은 지속"
7월부터 특례제외업종 주52시간제 도입
총 1051개 중 85.3%가 주52시간 준수
286개 버스노조서 노동쟁의 조정신청
정부와 타결 결렬시 15일부터 파업 돌입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정부가 내년 최저임금 심의를 현행법에 따라 진행키로 한 가운데 최종 결정까지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당초 최저임금 결정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와 '결정위'로 이원화하는 개선안을 추진했지만 국회에 막혀 결국 물거품이 됐다.
오는 7월부터 300인 이상 특례제외업종의 주52시간제가 시행됨에 따라 노선버스도 이 제도를 적용받게 되지만 도입을 코앞에 두고 난항을 빚고 있다. 인력을 더 충원해야하는 사업주는 버스 요금 인상을, 근무시간이 줄면서 덩달아 임금도 줄어들게 된 버스기사들은 임금보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정부 주도의 해법을 찾겠다면서도 버스노조 및 자치단체의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나서 앞으로 정부와 버스업계, 지자체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과의 정책간담회를 통해 '최저임금 및 노동시간 단축 향후 계획'을 밝혔다.
예상대로 내년 최저임금은 현행법에 따라 처리하기로 최종 결정했고, 올 7월부터 주52시간제 도입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버스업계와의 갈등은 관계부처와 해법을 찾아간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전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 최저임금 심의 및 노동시간 단축 지원 방안 등과 관련 정부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19.05.14 [사진=뉴스핌DB] |
먼저 이 장관은 내년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해 "지난 5월 7일 종료된 4월 임시국회에서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 입법이 이뤄지지 못함에 따라, 2020년 적용 최저임금은 현행법 절차에 따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입법은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지만, 법 개정 지연, 공익위원 사퇴 등으로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이를 신속히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특히 "정부 예산의 상당부분이 최저임금과 연계돼 있어 8월말 예산안 편성 시한을 감안할 때 추후 국회에서 최저임금법이 개정되더라도 2020년 적용 최저임금 심의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 "내년 적용 최저임금 심의를 비록 현행법에 따라 진행하더라도 최저임금 결정에 있어 합리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최저임금위원회와 협의해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고용부는 지난 3월 29일 현행법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에 내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한 이후에도 업종별 최저임금 영향에 대한 현장 실태파악(FGI)을 계속해왔고, 이에 대해 공개토론회를 거친 후 그 결과를 최저임금위 사무국과 공유키로 했다.
최저임금위 사무국은 지난달 12일, 29일, 이달 10일 등 총 3차례에 걸쳐 최저임금위 연구위원회를 개최해 '최저임금 적용효과 실태조사 분석',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임금실태 등 분석' 결과를 연구위원 간 공유했다. 추가적으로 최저임금 관련 주요 통계와 경제지표에 대한 분석 작업을 추진키로 했다.
해당 자료들은 이달 말로 예정된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에 참고자료로 제출될 예정이다.
고용부는 또 지난 9일 류장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 및 공익위원 8명 전원(당연직 위원 1명 제외) 공식 사퇴의사를 밝힘에 따라 공석이 된 공익위원 선정은 5월 중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공익위원 임명은 고용부 장관 제청 후 대통령이 최종 승인하게 되는데 내년 최저임금 심의에 차질이 없으려면 이달 중 위촉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게 고용부 측 설명이다.
이 장관은 "최저임금 결정에 있어 공익위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만큼 전문성과 중립성을 기준으로 위촉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후보자들에 대한 검토작업을 신속히 완료해 5월 말까지는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고용부는 올 7월부터 시행되는 300인 이상 특례제외업종의 현장안착을 위해 정부 주도의 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다. 특히 노선버스 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파업으로 인한 국민 불편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국토부,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함께 공동대응 중이다.
고용부가 파악한 300인 이상 특례제외업종은 올해 4월 기준 총 1051개다. 이들 중 주52시간 준수율은 85.3%(897개)로, 한 명이라도 주52시간 초과자가 있는 곳은 154개소(14.7%)로 나타났다.
다만, 노선버스(81개), 방송업(18개), 교육서비스업(189개) 등에서 주52시간 초과 비율이 높아 이를 면밀히 대응할 방침이다.
특히 고용부는 오는 15일 파업을 예고한 노선버스업계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12일 국토부와 합동연석회의를 개최해 대응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탄력근로제 도입, 교대제 등 근무제도 개편과 정부지원(일자리함께하기 사업) 등을 활용해 주52시간제 정착을 적극 지원하겠다"면서도 "버스 노사, 자체단체가 조금씩 고통분담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이 장관은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단축은 우리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뿐 아니라, '포용적 노동시장, 사람중심 일자리'를 위한 핵심 정책"이라며 "내년 적용 최저임금 심의가 원할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최저임금위 위원 재구성을 조속히 완료하고, 최저임금 결정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300인이상 특례제외업종은 국민 생활과 직결된 업종들이 많아, 주52시간제가 원만하게 안착될 수 있도록 더욱 면밀히 관리하고 지원하겠다"면서 "특히 노선버스는 대중교통의 핵심이자 시민들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분야인 만큼, 자치단체, 노동위원회와 노동청이 참여하는 지역내 협의체를 통해 노사간 교섭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