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한다.”
중국 기업 경영자들에 새롭게 통하는 비즈니스 철칙이다. 중산층 성장과 함께 소비력을 갖춘 부모 아래서 경기 호황을 누리며 자란 20~30대 여성들이 중국 경제의 ‘파워’로 부상했다.
아이폰X를 사용중인 중국 여성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 기법과 신상품 개발에 기업들이 사활을 거는 한편 실제 소비를 이끌어내는 블로거가 ‘뜨는’ 직업으로 자리잡는 움직임이다.
3일(현지시각) 미국 CNBC는 중국의 이른바 ‘쉬코노믹스(sheconomics)’가 붐을 이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현지 투자은행(IB) 국태군안증권에 따르면 중국 여성들의 소비가 지난 5년 사이 81% 급증, 6700억달러 규모로 외형을 확대했다.
이는 남아선호 사상으로 인해 여성과 남성 인구의 격차가 3160만에 이른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중국 소비 시장의 ‘우먼 파워’는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특히 중국 정부의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온라인 소비 시장에서 여성의 비중이 55%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별도로 뉴욕 소지 리서치 업체인 e마케터에 따르면 중국 전체 소비 시장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5%로, 세계 최고치에 해당한다.
또 전자상거래 공룡 아마존을 탄생시킨 미국의 전체 소비 가운데 온라인 비중인 10.9%에 비해 세 배 가량 높은 수치다.
지난 2013년 2800억달러에 그쳤던 중국 온라인 소매 판매 규모가 지난해 말 1조3400억달러까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는 여성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크게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베이징 소재 자오통 대학의 치 샤오동 경제학 교수는 CNBC와 인터뷰에서 “지난 1980~1990년대 고성장기에 태어난 젊은 여성들이 과거와 전혀 다른 소비 패턴으로 중국 경제 전반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26세의 패션 블로거 웨이 시지아 씨는 소셜 미디어에 200만에 달하는 회원을 확보, 의류부터 스킨케어까지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는 “92%의 회원이 여성”이라며 “교육 수준이 높은 20~30대 여성들이 새로운 기호와 강력한 구매력을 앞세워 중국 경제의 허리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와 제조업계는 여심을 사로잡기 위해 격전을 벌이고 있다. 할인 쿠폰을 포함한 전통적인 마케팅 기법을 동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퀸 페스티벌’이나 ‘버터플라이 페스티벌’ 등 이색 온라인 이벤트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여성 인권과 남녀 평등을 지향한다는 취지의 세계 여성의 날이 중국에서 여성 쇼핑의 날로 전락한 것은 쉬코노믹스의 단면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17년 이후 3년 간 세계 여성의 날 알리바바 타오바오의 여성 소비자들의 지출이 64% 급증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