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비전 2030'으로 위기 넘어 '종합반도체 1위'로
작년 180조 투자, 2012년 대규모 투자 등도 어려울 때 '선제투자'
[서울=뉴스핌] 백진엽 기자 =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락했다. 글로벌 메이커들의 출혈 경쟁으로 과잉 공급 시장으로 바뀐 탓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 영업이익도 2년새 반토막이 났다. 이른바 '치킨 게임'이 벌어지던 지난 2012년의 상황이다. 당시 2위 업체였던 도시바는 30% 감산을 단행했다.
이때 삼성전자는 뜻밖의 결정을 내린다. 중국 시안 공장 투자를 발표했다. 3월에 이를 발표한 후 7월 또다시 경기도 평택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당시 삼성은 평택에 10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위기를 겪고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 판단하고, 투자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이 결정은 '신의 한 수'였다. 2016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메모리 시장의 '초호황'에서 삼성전자는 압도적인 양산능력과 기술력을 과시하며 굳건한 메모리 부문의 1위를 차지했다.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을 투자해 종합반도체 1위로 거듭 나겠다."
삼성이 다시 위기 돌파의 해법으로 투자를 선택했다. 반도체 산업은 업다운이 심해 예측이 어려운 산업으로 꼽힌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이를 두고 '타이밍의 업(業)'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해 막대한 선행 투자를 최적의 시기에 해야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가 지난해에 이어 다시 100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투자 계획에서도 보이듯 그동안 삼성은 위기일수록 적극적인 투자라는 대응책으로 위기를 극복해 왔다. 잘 나가던 사업이 위기를 맞을 경우 해당 사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해 더 나은 기술력과 제품력을 확보하는 것이 위기극복책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삼성이 강조하는 '초격차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반도체 비전 2030'으로 위기 넘어 '종합반도체 1위'로
'반도체 비전 2030'으로 명명된 이번 투자 계획은 삼성전자가 약했던 비메모리 반도체에 집중돼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부문에서 확고부동한 1위지만 비메모리 부문에서는 대만 등의 경쟁업체에 밀리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삼성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비메모리 사업을 키워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는 목표다. 메모리와 비메모리 모두 1위 업체로 자리잡아 명실상부한 '반도체 1위'로 키우는 것을 현재 위기 극복의 방안으로 내놓은 셈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모든 사업부문과 신수종사업 분야를 통틀어 180조원의 투자 계획을 내놓은 것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당시 투자 계획을 발표할 시점은 반도체사업이 한창 잘 나갈 때였다.
하지만 중국의 '반도체 굴기' 등에 따른 위기감도 동시에 확산되고 있었다. 게다가 반도체와 함께 삼성전자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은 시장 정체로 인해 성장이 지지부진한 모습이었다.
이때도 삼성전자는 적극적인 투자를 해법으로 삼고, 180조원이라는 단일 기업으로는 유례가 없는 규모의 투자를 하기로 했다. 기존 사업이든 신규 사업이든 적극적인 연구개발로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후 메모리 시장의 업황 둔화가 본격화된 올해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중국 시안을 첫 해외 출장지로 삼았다. 시안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 있는 곳으로 2014년 가동을 시작한 1공장에 이어 내년 양산을 목표로 2공장 증설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다시 말해 업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생산시설 확대와 투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어찌보면 삼성이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일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삼성의 대규모 투자는 대부분 성공적으로 이어졌다"며 "만약 이번에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 전략이 맞아 떨어진다면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의 삼성전자로 거듭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jinebi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