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육군총장‧유엔군사령관 잇따라 DMZ 방문
유엔군사령관, 韓 정부 안전대책 보고받고 최종 승인 결정
北과 협의 없어 우려‧비판 제기…한미 당국 “안전대책 마련”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오는 27일 비무장지대(DMZ) 고성 지역 평화둘레길이 민간인 관광을 위해 개방될 예정인 가운데, 한미 군 수뇌부 인사들이 최근 잇따라 DMZ를 현장 방문해 최종 점검에 나섰다.
국방부, 육군, 유엔군사령부에 따르면 정경두 국방부장관은 지난 20일 비공개 일정으로 둘레길 현장을 방문해 4일 앞으로 다가온 둘레길 관광을 위한 최종 점검을 했다. 이어 22일에는 서욱 육군참모총장이 방문했다. 오는 23일에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유엔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현기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분권실장이 지난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DMZ를 국민에게, 평화안보 체험길 최초개방’ 합동 브리핑에서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DMZ와 연결된 3개 지역(고성,철원,파주)을 평화 안보 체험길로 4월 말부터 단계적으로 국민에게 개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pangbin@newspim.com |
다만 유엔사는 에이브럼스 사령관 방문 여부에 대해 말을 아꼈다. 유엔사 관계자는 22일 “공개된 일정 이외에 사령관의 일정에 대해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유엔사가 이 같은 입장을 밝혔지만 한미 군 수뇌부가 연일 DMZ를 방문하며 최종 점검에 나서고, 이어 안전대책 등을 협의한 후 27일 DMZ 고성 지역이 개방될 것은 유력해 보인다.
비무장지대(DMZ) 평화둘레길 고성 A코스(도보 및 차량, 사진 위 쪽)와 고성 B코스(차량이동). [사진=DMZ 평화둘레길 관광 공식홈페이지] |
◆ 도보 혹은 차량으로 금강산‧통일전망대 돌아보는 코스…1~2시간 소요
철거 GP 등 9.19 군사합의 이행 현장 직접 돌아볼 기회
지난 3일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해 행정안전부, 국방부, 환경부, 통일부 등 정부 5개 부처는 합동 브리핑을 열고 “지난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국민 여러분에게 약속드린 것처럼 DMZ 동부 지역(고성)을 안보 견학 시범 구간으로 지정, 이달 말부터 일반 국민에게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DMZ 동부 지역을 일반 국민에게 개방, GP(감시초소) 철거 및 남북 공동 유해발굴 등 9.19 군사합의 이행현장을 국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시범 운영 구간으로 개방되는 DMZ 동부 고성지역의 경우 총 7.9km(도보 2.7km) 구간에 둘레길이 조성될 전망이다.
도보로 통일전망대에서 출발, 해안 철책을 따라 이동 후 차량으로 금강산전망대를 견학하고 통일전망대를 복귀하는 코스다. 총 소요 시간은 2시간 30분이다.
차량(버스)을 타고 전 구간을 둘러볼 수도 있다. 이 경우 총 7.2km 구간을 둘러보게 되며 총 소요 시간은 1시간 30분이다.
신청은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DMZ 평화둘레길 공식홈페이지(https://www.durunubi.kr/dmz-main.do)에서 할 수 있으며 오전 10시와 오후 1시, 하루 두 차례 운영한다.
1회 방문 가능 인원은 최대 80명이며 1인 당 동반 3인까지 신청할 수 있다. 신청 후 한국관광공사에서 당첨자를 별도 발표한다.
[고성=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9.19군사합의’ 이행에 따라 시범 철수된 강원도 고성GP. 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과 동시에 경계 임무가 시작된 고성GP는 북한 GP와의 거리가 580m 밖에 되지 않는다. 고성GP는 남북이 가장 가까이 대치하던 곳으로 군사적,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통일역사유물로 선정 됐다. |
◆ 北 협의‧안전대책‧유엔사 승인…남은 과제 3가지
국방부 “北 도발 없을 것…유엔사와 매일 안전대책 긴밀 협의”
국방부와 유엔사는 “서로 긴밀한 협의 중에 있고 차질 없이 27일부터 DMZ 고성 지역 일반 개방을 시작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북한과의 협의 문제, 안전 문제, 그리고 유엔사의 승인이 바로 그것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국방부는 DMZ 둘레길 일반 국민 개방 문제를 북한과 아직 협의하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은 지난해 말 이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왕래, 한강 하구 자유 항행, 남북공동유해발굴 등 9.19 군사합의 사항에 대한 협의에 묵묵부답으로 일관 중이다.
북한과의 협의 문제는 안전 면에서 중요한 문제로 거론된다. DMZ가 북한도 수색을 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점에서다. ‘북측에는 아직 150여개 정도 GP(감시초소)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우리 관광객들이 북측의 중화기에도 노출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국방부가 ‘유엔사와 안전대책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불완전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방부는 방문객 안전대책으로 방탄복 및 방탄헬멧 구비 등을 제시한 바 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이달 초 이와 관련해 “민수용 방탄복과 방탄헬멧을 준비할 것”이라며 “이를 경호병력 차량에 휴대해서 어떤 우발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시범 견학 지역으로) 선정된 곳은 DMZ 내에 철거된 GP 지역과 유해발굴지역이고 이 지역은 9.19 군사합의에 의해 (남북 간) 상호 신뢰관계가 완전히 확고하게 구축돼 북한도 합의사항 이행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는 지역”이라며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그 앞(견학장) 1km 내에 있는 GP들은 상호 철수가 된 상태라 그런 점들을 고려해 북측이 우리 쪽에 상호 신뢰 관계를 깨면서까지 도발하진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난 2018년 10월 남북 군사당국과 유엔군사령부 간 ‘3자 협의체’ 회의가 열렸다. [사진=국방부] |
하지만 일각에선 ‘북한이 도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는 우려와 ‘북측에 이런 내용을 통지하고 협의를 한 다음에 안보견학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동시에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방부는 우려와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 유엔사와 협의 하에 철저하게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엔사 역시 지난 4일 “DMZ 개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최종 승인에 앞서 적절한 안전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국방부, 합동참모본부와 매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사는 23일로 알려진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DMZ 현장 방문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국방부, 통일부, 환경부 등 5개 정부부처의 안전대책을 보고받은 뒤 DMZ 개방을 최종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의 한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유엔사와 긴밀히 협의하며 안전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개방되는 지역이 남방 한계선 이북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