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부회장 "상식 이하 가능한 초저가 구조 확립"
쿠팡, 매입가격 보다 싸게 파는 20% 역마진 정책 유지
저가 경쟁, 마트 수익 악화·e커머스 자본잠식 우려
[서울=뉴스핌] 최주은 기자 = 대형마트의 초저가 판매 전략이 오프라인 매장을 넘어 온라인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최저가’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다음 달 1일까지 2주간, 온·오프라인 최저가 이벤트 '극한도전'을 진행한다. 최저가 상품은 1주일 단위로 각 8개씩 선보이며, 품목은 총 16개로 한정한다.
롯데마트는 오프라인의 경우에는 대형마트 이마트 온라인몰, 온라인은 쿠팡과 가격 비교를 통해 최저가를 유지한다. 각사 홈페이지에서 비교 상품들의 단위당 가격을 비교해 최저가를 산출하는 식이다.
대표 상품은 ‘팔도 비빔면(5입)’이 3530원, ‘비트 액체 진드기 세제(각 3L, 일반/드럼)’이 각 6800원, ‘롯데푸드 라퀴진 베이컨(120gx2)’이 5980원이다.
[자료=롯데마트] |
◆ 정용진 "상식 이하 가격 가능한 초저가 구조 만들라"
롯데마트 보다 앞서 지난 1월 이마트는 ‘국민가격 캠페인’을 통해 특정식품을 큰 폭으로 할인하는 행사를 먼저 시작했다. 이마트는 한정적인 품목과 일회성이었던 저가 정책을 일상화, 전면화로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모든 제품을 상식 이하 가격에 팔 수 있도록 이마트만의 초저가 구조를 확립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마트는 상반기 최대 비수기인 이달, 국민가격과 블랙이오를 동시에 진행해 가격을 낮추고 고객을 유인한다는 전략이다.
홈플러스 역시 지난달부터 창립을 기념해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벌이고 있다. 행사 기간 중 하루 평균 약 72만명이 홈플러스를 방문하는 등 창립 22주년 기념 행사를 시작한지 보름만에 방문객이 1000만명을 넘어섰다.
◆ 매입가보다 싸게 파는 역마진 정책 '살벌한 이커머스 경쟁'
이 같은 대형마트의 공세에 온라인 업체들도 승부수를 띄웠다.
쿠팡은 직매입 과정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일부 제품을 제조사에서 매입하는 가격보다 싸게 파는 시스템(20% 역마진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위메프는 지난해 11월부터 특가 마케팅을 진행하는 등 가격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대형 포털을 이용한 이른바 '실검 마케팅'이 소비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데 성공했다. 차별화된 가격 정책에 집중하기 위해 '투데이특가·히든프라이스·11특가·타임특가' 등 날마다 다른 특가혜택을 진행하고 있다.
티몬은 큐레이션(다양한 정보 가운데 사용자가 관심 가질만한 내용만을 골라 선별해주는 서비스) 쇼핑을 토대로 숫자 및 타임 마케팅을 통해 특정 제품을 최저가가 아닌 파격적인 가격에 선보이고 있다. 티몬의 이 같은 전략은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티몬은 지난해 큐레이션 딜 사업에서 2460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소비자들은 이 같은 이벤트를 통해 인터넷 최저가 대비 최대 20%가량 저렴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 주요 이커머스 업체 BI[사진=각 사] |
다만 이 같은 저가 정책은 마트의 경우 수익 구조 악화를, e커머스의 경우 자본잠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대형마트 적자·이커머스 자본잠식.. 끝장 날 때까지 간다?
실제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는 수년째 영업이익이 줄고 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의 할인점부문 매출은 1분기에도 역성장했다. 이마트의 경우 마이너스 1~2%, 롯데마트는 마이너스 3~4% 수준으로 추정된다. 비상장사인 홈플러스 역시 역성장을 면치 못했다.
e커머스 업체도 마찬가지다. 최근 위메프만 적자폭을 줄였고 여전히 모든 업체들이 적자구조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e커머스 업체들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마트 내점고객이 줄어들고 이를 유지하거나 확장하기 위해 가격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마트의 수익성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마트의 가격전쟁은 오프라인 업체 간 경쟁을 넘어서 온라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함"이라며 "출혈경쟁이 심화되면 영업이익이 곤두박질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외형성장률의 순위와 손익의 순서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며 “높은 외형성장률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이는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하며,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에 빠지지 않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