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준호 기자 = 소셜커머스 경쟁사인 위메프와 티몬이 지난해 엇갈린 성적표가 건네받았다. 위메프는 매출이 줄어든 대신 수익성은 개선한 반면 티몬은 매출이 대폭 늘면서 적자폭도 덩달아 확대됐다.
다만 올해에는 양사 모두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춘 사업 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선두사업자들과 영역과 겹치지 않는 틈새시장에서 위탁판매를 중심으로 한 닮은꼴 승부가 예고된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티몬의 지난해 매출액은 4972억원으로 전년대비 39.6% 증가했다. 매출 기준으로 위메프를 제치는데 성공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됐다. 지난해 티몬의 영업손실은 1254억원으로 적자폭이 전년대비 7.3% 확대됐다.
앞서 실적을 공개한 위메프의 경우 정반대의 성적을 거뒀다. 위메프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390억원으로 전년대비 6.4% 감소했다. 적자 규모가 티몬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대비 9.2% 줄어든 4294억원으로 티몬에게 4년 만에 역전을 허용했다.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각자도생에 나선 위메프와 티몬이 이처럼 엇갈린 성적을 거둔 것은 지난해 양사의 사업 전략이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티몬은 지난 한 해 동안 미래 성장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타임커머스 사업의 기반을 닦기 위한 기술 투자와 사업 조직 확대 등 IT 개발 비용은 물론, 직매입 사업을 위한 물류 인프라 투자도 병행됐다.
박은상 위메프 대표와 이재후 티몬 대표[사진=각사] |
실제 지난해 티몬의 매출 고성장은 타임커머스 등 큐레이션 쇼핑 중심의 위탁판매 사업과 슈퍼마트 등 직매입 사업의 투트랙 전략이 고르게 작용한 결과다.
티몬의 지난해 큐레이션딜 매출은 2460억원으로 전년대비 36.5% 증가했고, 같은 기간 직매입 사업인 슈퍼마트 매출도 2511억원으로 42.8% 성장했다.
티몬이 신선식품 등 모바일 장보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매입 사업을 강화한 것과 달리 위메프는 지난해 직매입 사업을 빠르게 정리하며 정반대의 움직임을 가져갔다.
비용이 많이 드는 직매입 사업 대신 수수료 마진을 남기는 위탁판매에 주력하기로 사업 노선을 정리한 것. 실제로 신선식품 서비스인 ‘신선생’을 종료하고 ‘원더배송’도 대폭 감축했다.
위메프의 지난해 직매입 매출은 1257억원으로 전년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직매입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티몬은 50%대인 것과 달리 위메프는 30%대로 내려 앉았다.
지난해 위메프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 체질개선에 집중하고 티몬이 인프라 투자를 통한 외형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양사 모두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티몬 역시 오는 2020년 월단위 흑자 전환을 목표로 잡고 직매입 사업 대신 타임커머스 등 큐레이션딜로 사업의 무게추를 옮길 예정이다. 티몬은 과거 위메프에서 큐레이션 딜 역량 강화를 주도한 이진원 영업 마케팅 총괄 부사장을 지난해 10월 최고운영책임자(COO·부사장)로 선임했다.
이는 롯데·신세계 등 대형유통업체가 가세하고 이베이코리아·쿠팡 등 선두업체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시작된 이커머스 시장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기도 하다.
위메프 반값특가와 티몬의 티몬데이[사진=각사] |
가격 경쟁력을 필두로 내세운 특가·타임마케팅은 물류와 배송에 역량을 집중하는 선두 이커머스 업체들의 사업영역과 겹치지 않는 틈새시장이다. 위메프와 티몬은 이를 통해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거래액을 늘려 수익성을 개선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위메프가 ‘낭비없는 성장’을 티몬이 ‘수익동반 성장’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 업체는 당장 수익성 개선이 급선무다. 위메프는 지난해 수익 개선에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영업손실율이 9.0%에 달한다. 티몬 역시 누적적자가 7700억원 수준으로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티몬 관계자는 “비용부담이 큰 직매입 사업은 확대하기보단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시장성장에 맡기고 타임커머스를 강화해 큐레이션딜 수익을 높인다는 게 올해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내년에는 월단위 흑자, 2021년엔 연간 흑자전환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티몬이 직매입 사업 확대를 위해 추진하던 제2물류센터 건립 계획을 철회한 것도 이 같은 청사진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비용 부담이 큰 투자보다는 기존 장지동 물류센터 시스템의 효율화에 주력하고 대신에 그 역량을 큐레이션딜에 쏟겠다는 계산이다.
위메프도 손익 관리를 위해 올해는 직매입 비중을 더욱 낮추고 특가 마케팅 등 위탁판매 수수료 사업을 더욱 강화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히든프라이스나 위메프오 등 신사업도 효율성에 중점을 두고 추진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위메프와 티몬의 행보는 선두 업체들과 정면승부는 피하고 틈새시장에서 활로를 찾겠다는 자구책으로 여겨진다”며 “대규모 투자를 수반해야하는 물류·배송 사업의 경우 자금력을 갖춘 쿠팡 등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웠던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인 선택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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