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역대 전설들이 9홀 돌며 가족·친지·연인·패트론과 즐기는 축제
1960년 시작돼 마스터스 위크의 ‘수요일 전통’으로 자리잡아
올해도 니클로스·플레이어·왓슨 등 나온 가운데 홀인원 4개 쏟아져
11일 오거스타GC에서 마스터스가 열립니다. 최고의 대회라는 자부심과 함께 여러가지 독특한 면이 있는 대회입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이 출전하는 PGA 마스터스 대회 현장을 특파원을 통해 생생하게 전합니다.
[미국=뉴스핌] 김경수 특파원=‘긴장속의 축제’ ‘최고의 페스티벌’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 하루 전에 열리는 파3 컨테스트를 이르는 말이다.
마스터스는 프로암이 없다. 그 대신 대회 하루 전 수요일 오후에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의 부설 파3코스(파27, 총길이1060야드)에서 파3 컨테스트를 연다. 역대 챔피언, 그 해 출전선수, 특별 초청자들이 가족이나 연인,친지를 캐디로 삼아 9개홀(각 홀 길이 70∼140야드)을 도는 것이다.
본 대회가 출전 선수들에게 ‘진지한 비즈니스’라면 파3 컨테스트는 재미와 흥분을 안겨주는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함께 하는 가족·연인·친지와는 물론 파3코스를 꽉 채운 패트론들과 호흡하며 즐거움을 나눈다. 특히 어린 자녀들이 캐디복장(흰 점프슈트)을 한 채 클럽이나 백을 끌다시피하며 앙증스럽게 따라다니는 모습은 파3 컨테스트에서만 볼 수 있는 최고의 볼거리다. 패트론들은 골프의 ‘전설’들과 현재 최고의 선수들을 코앞에서 보며 아낌없이 박수를 보낸다. 홀인원이라도 나올라치면 골프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화답한다. 아놀드 파머는 1967년 파3 컨테스트에서 우승한 후 “파3 컨테스트는 서곡이 결코 아니다. 마스터스 토너먼트의 아주 중요한 일부다”고 말했다.
10일 열린 파3 컨테스트에서 더스틴 존슨(맨 왼쪽)의 아들이 두 팔을 벌리며 앞서나가고 있다. 마크 오메라(맨 오른쪽)는 이날 5번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사진=오거스타 내셔널GC] |
10일 열린 올해 파3 컨테스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화창한 날씨속에 마스터스 최다(6회) 우승 기록 보유자인 잭 니클로스, 그와 더불어 한 시대를 풍미한 게리 플레이어와 톰 왓슨이 같은 조로 나서 패트론들에게 한껏 볼거리를 제공했다. 패트론들로서는 골프의 ‘전설’ 세 명을 한 자리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입장료(공식 75달러, 비공식 2800달러)가 아깝지 않은 듯 마음껏 웃고 즐겼다.
파3 컨테스트는 1960년 시작됐다. 마스터스 위크의 ‘수요일 전통’으로 자리잡은 파3 컨테스트에서는 올해(4개)까지 60년동안 100개의 홀인원이 나왔다. 패트론들은 매년 2개에 가까운 홀인원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는 얘기다. 특히 2016년에는 9개의 홀인원이 쏟아졌는데 플레이어, 리키 파울러, 저스틴 토머스, 잭 존슨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지난해 토니 피나우는 7번홀에서 홀인원을 한 후 기뻐서 펄쩍펄쩍 뛰다가 왼 발목을 접질리기도 했다. 그는 그 부상을 딛고 처음 출전한 본대회에서 공동 10위를 했다. 지난해 니클로스의 백을 메고 나선 니클로스의 열 다섯살 손자 G T 니클로스는 9번홀에서 재미삼아 피칭웨지로 샷을 했는데 이것이 홀로 사라졌다. 비공식 홀인원이지만 한참동안 손자를 껴안고 즐거움을 나눈 니클로스는 “내게 최고의 기억 거리”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올해는 미국LPGA투어의 강호 에리야-모리야 주따누깐 자매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자매는 태국선수로 유일하게 마스터스에 출전하는 키라데크 아피반랏을 응원하기 위해 오거스타 내셔널GC에 왔다. 이들은 오랜 친구사이라고 한다.
파3 컨테스트는 보는 사람들에게는 세상 어느 이벤트와도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을 주지만, 징크스가 내려오고 있다. 파3 컨테스트에서 우승한 선수는 그 해 본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파3 컨테스트도 경기인만큼 우승하면 좋아해야 할 터인데, 이 징크스를 아는 선수들은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지난해에는 톰 왓슨이 6언더파 21타로 우승했다. 왓슨은 1977년과 1981년 마스터스 챔피언으로 마스터스 평생 출전권이 있으나 2017년 이후 본대회에 나가지 않고 있다. 그 때문인지 왓슨은 지난해 파3 컨테스트에서 우승한 후 그 기쁨을 만끽했다. 플레이어는 지난해 82세의 나이로 2언더파 25타를 기록했다. 그는 역대 ‘최고령 언더파 기록선수’에 오르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출전선수 가운데 파3 컨테스트에 나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올해는 타이거 우즈, 김시우 등이 이런저런 이유로 파3 컨테스트를 건너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