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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먹구름]② '경영권 방어'에 힘 낭비해야 하는 기업

기사입력 : 2019년04월10일 16:55

최종수정 : 2019년04월10일 17:06

국민연금·투기세력 등으로 인해 경영권 흔들리는 경우 속출
정부 상법 개정 추진, 통과되면 기업 경영원 크게 위협받을 수도

[편집자] 한국 경제가 깜깜한 터널을 지나고 있다.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내수 침체와 함께 그나마 버텨주던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게다가 글로벌 자국주의 확대, 민생 뒷전 정치권, 기업 옥죄는 정부, 총수 일가의 일탈 등 악재만 누적되고 있다. 뉴스핌은 [한국경제 먹구름] 기획을 통해 우리 경제의 악재들과 대응방안 등을 진단해 본다.

[서울=뉴스핌] 백진엽 기자 = "이제 경영인들이 투자, 고용, 연구개발 등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아닌 경영권 방어와 안정 등 비생산적인 사안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최근 만난 한 기업 고위 임원의 말이다. 그는 "재계에는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과거에는 수성의 의미가 기업의 성장과 존속을 의미하는 거였는데, 지금은 경영권을 투기자본에 넘기지 않기 위한 방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29일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주주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수진 기자]

'행동주의 펀드'라 불리는 투기자본의 압박과 함께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강화 등으로 인해 기업들의 최우선 과제는 성장이 아닌 경영권 방어가 됐다.

이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드러났다. 대한항공의 고(故) 조양호 회장이 사내이사 재선임에 실패, 경영권을 박탈당했다. 국민연금과 KGCI 등의 반대로 인한 것이다. 최근 별세한 고 조 회장은 이런 충격 등이 겹치면서 평소 앓던 질환이 악화된 것이 사인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는 행동주의 투기세력으로 유명한 엘리엇의 공격을 받았다. 

◆다중대표소송·집중투표제 등 담은 상법 개정안에 재계 걱정

재계에서는 앞으로를 더 걱정하고 있다. 정부가 대주주 경영권을 더욱 위협할 수 있는 상법 개정안 통과를 밀어부치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최근 상법 개정안에 대해 동의한다는 입장과 함께 사안별로 나눠 이견이 그나마 적은 다중대표소송제와 전자투표제 의무화부터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는 반발이 많기 때문에 일단 보류하겠다는 것이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의 주주가 출자기준 50% 이상 자회사의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집중투표제는 2인 이상 이사 선출 시 지분 3% 이상 주주들이 일부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통상적으로 '1주1표'이지만, 집중투표제로 3명의 이사를 선임할 경우 1주로 3표를 행사할 수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주총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선출 시 의결권을 3%로 제한, 다른 사내·외 이사들과 별도로 선임하는 제도다. 대주주와 국민연금 등도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재계에서는 모든 사안들이 다국적 투기세력에게 힘을 실어주는 내용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연합전선 구축이 용이한 투기세력을 위한 제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집중투표제 역시 몰아주기 투표 등으로 투기세력의 이사회 입성을 열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법인격 독립에 위배됨과 동시에 투기세력이 지주사 주식 획득만으로 많은 계열사 경영에 소송으로 개입할 여지를 남긴다. 전자투표 역시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강화와 맞물리면서 경영인들의 우려는 더 커진다. 기업 경영이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포장은 됐지만 정권의 입맛대로 움직이는 국민연금과 단기 수익 확보에 혈안이 돼 있는 투기세력에 의해 흔들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미 현 정권 들어 주 52시간 근로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경영 환경이 크게 악화됐다. 그나마 경사정위 등에서 내놓은 보완책마저 정쟁에 여념이 없는 정치권에 의해 토론조차 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인들을 만나며 고용과 투자를 당부할 때는 모든 규제를 없애줄 것처럼 이야기한다"며 "하지만 돌아서서는 원래 있던 규제도 모자라 어떻게 하면 대주주들을 몰아낼 수 있을까 궁리만 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칼럼에서 "경제성장은 산업의 성장이 있어야 가능하고 이는 기업의 성장을 통해 이루어진다"며 "어떤 산업이 고도화된다는 것은 해당 산업에서 선도적인 대기업이 등장하면서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 간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가 문제이므로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지향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은 성장의 역사를 거슬러 퇴보하자는 말과 같다"며 "'생산적이며 진보적인' 기업정책의 방향은 기업이 성장해 규모가 커질수록 더 많은 규제의 부담을 지우는 현재의 규제체제와는 정반대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jinebi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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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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