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이틀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통산 5승에 대한 집념 내비쳐
장타력은 예전같지 않으나 경험·지식은 더 쌓여 우승 경쟁력 확보
11일 오거스타GC에서 마스터스가 열립니다. 최고의 대회라는 자부심과 함께 여러가지 독특한 면이 있는 대회입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이 출전하는 PGA 마스터스 대회 현장을 특파원을 통해 생생하게 전합니다.
[미국=뉴스핌] 김경수 특파원=“내 머리속에는 오거스타 내셔널GC를 공략하는 방법이 있는 작지만 유용한 도서관이 들어있다” “마스터스에서 다시 우승할 필요는 없지만, 우승을 진짜 원한다”
타이거 우즈(44·미국)는 제83회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를 이틀 앞둔 9일(현지시간)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승에 대한 상반된 심정이 혼재해있음을 시사한다. 에둘러 표현했지만, 올해 우승을 절실히 원하고 그럴 준비가 돼있다고 풀이해도 좋겠다.
우즈는 21세 때인 1997년 마스터스 골프 대회에서 처음 그린 재킷을 걸쳤다. 지금까지도 그는 역대 최연소 챔피언이다. 또 당시 2위와 최다타수차(12타), 72홀 최소타(18언더파 270타) 기록을 갈아치웠다. 우즈는 2001년과 2002년, 그리고 2005년에도 우승했다. 아놀드 파머와 함께 마스터스 다승 부문 2위다. 마스터스에서 우즈·파머보다 많이 우승한 선수는 잭 니클로스(6승·미국) 뿐이다.
2019마스터스를 이틀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즈가 활짝 웃고 있다. [사진=오거스타 내셔널GC] |
우즈는 2005년 이후 14년동안 꾸준히 상위권에 들었으나 우승을 추가하지 못했다. 나이도 마흔을 훌쩍 넘어버렸다. 그러던 우즈는 지난해 9월 미국PGA 투어챔피언십에서 투어 통산 80승째를 기록하며 부활을 알렸다. 79승 달성 이후 5년만에 이룬 성취였다.
우즈는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해 내가 다시 ‘위너스 서클’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몰랐지만 투어챔피언십 우승으로 내가 아직 우승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우승을 한지 7개월이 지났으나 자신감을 갖고 올해 오거스타 내셔널GC에 왔다”고 덧붙였다.
투어챔피언십은 오거스타에서 그리 멀지않은 애틀랜타에 있는 이스트 레이크GC에서 열린다. 이 곳은 마스터스 골프 대회를 공동창설한 보비 존스의 홈 클럽이다. 존스는 이스트 레이크GC에서 골프를 하면서 그의 꿈을 실현할 곳을 찾았는데 그 곳이 바로 오거스타 내셔널GC다.
우즈는 프로 신분으로 열 아홉 차례 마스터스에 출전해 한 번도 컷탈락하지 않았다. 그 가운데 열 다섯 차례는 54홀 후 10위권에 포진할 정도로 좋은 성적을 냈다.
그는 지금까지 마스터스에서 82라운드를 했다. 총 88언더파(아웃 29언더파, 인 59언더파)를 기록했으니 라운드당 평균 70.9타를 친 것이다. 특히 파5홀에서는 총 156언더파(아웃 60언더파, 인 96언더파)를 쳤다. 그 중에서도 13번홀에서는 총 50언더파(이글 4개, 버디 48개)를 기록했다. 아멘 코너의 마지막 관문인 13번홀은 우즈에게 ‘스코어 지급기’와 같은 곳이다.
그렇게 된데는 우즈의 장타력이 큰 몫을 했다. 그는 전성기 때 오거스타 내셔널GC의 파5홀에서 모두 쇼트아이언으로 2온을 시킬 정도로 장타력에 관한한 독보적이었다. 파4홀에서 세컨드샷용 클럽으로 8번아이언보다 긴 클럽을 잡아보지 않았다. 그는 마스터스에서 다섯 차례나 드라이빙거리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고, 네 차례나 그린적중률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오거스타 내셔널GC는 우즈가 코스 공략법을 꿰뚫고 있을 정도로 그와 궁합이 맞는 코스였고, 우즈는 오거스타 내셔널GC에 올 때마다 사랑과 열정으로 화답했다. “마스터스는 여느 골프대회와는 다르다. 코스는 특별하고, 대회 조직위는 다른 대회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믿기 어려운 일을 한다”고 말한 데서 그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우즈는 지난주 오거스타 내셔널GC에 와 점검 라운드를 했는데 첫 홀에서 3퍼트를 하고도 65타를 쳤다고 한다.
불혹을 넘긴 우즈는 전성기 때의 거리는 내지 못한 대신 경험과 지식은 더 풍부해졌다. 상이한 조건에서 플레이하는 방법, 마스터스에서 우승해본 동료 선수들과 연습라운드를 통해 어떻게 코스를 공략할 것인가 등에 대한 정보가 어느 누구보다 많다. 그래서 “내 머리안에 마스터스와 오거스타 내셔널GC에 대한 작은 도서관이 들어있다”고 말한다.
우즈와 마스터스, 우즈와 오거스타 내셔널GC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더욱 우즈의 지금 컨디션은 최근 몇년래 가장 좋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올해 우승 후보로 꼽는다. 그렇지만 우즈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속내를 확 드러내지 않고 은근하게 우승에 대한 집념을 내비쳤다. ‘골프 황제’는 황제다.
타이거 우즈의 역대 마스터스 기록. [사진=오거스타 내셔널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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