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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한중 전통의 현대적 만남…창극 '패왕별희'

기사입력 : 2019년04월03일 18:06

최종수정 : 2019년04월03일 18:06

동명 경극 서사에 기반…판소리로 전하는 항우 이야기
5일부터 1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동양 문화의 결합, 창극과 경극이 만나 새로운 무대를 완성했다.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새로운 매력을 선사하는 창극 '패왕별희'다.

창극 '패왕별희' 공연 장면 [사진=국립창극단]

3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창극 '패왕별희'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하이라이트 시연에 이어진 우싱궈 연출과 이자람 음악감독의 공동 인터뷰에서 두 사람은 "전통을 기반으로 새롭게 나아간 작품"라고 강조했다.

창극 '패왕별희'는 동명의 경극을 재해석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초한전쟁, 초패왕 항우와 한황제 유방의 대립, 항우가 패하고 연인 우희와 이별하는 이야기 등 기본적인 서사를 따라간다.

여기에 패전의 원인이 된 '홍문연' 장면과 항우를 배신하고 유방의 편에 선 한신의 이야기를 추가했다. 항우와 우희가 이별하고 자결하는 '패왕별희' 장면이 왜 슬픈지 중국의 역사를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힘들다는 제작진 판단 때문이다.

우싱궈 연출은 "세계를 통틀어 실패한 모든 사람들은 역사 속에서 오염되고 실패자로 점찍힌다. 그러나 유일하게 항우만 그걸 피한다. 항우가 패한 이유가 그의 정직함 때문이라고 보기 때문에 영웅으로 추대된다"며 "항우는 사랑하는 여인 우희와 함께 7년간 전쟁터를 누빈다. 영웅임에도 따뜻한 사랑을 품고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창극 '패왕별희' 우싱궈 연출(왼), 이자람 음악감독 [사진=국립창극단]

'패왕별희'는 음악도 주목할 만하다. 판소리 '적벽가'를 기본으로 일부 곡은 직접 작곡, 기존 창극과 다른 결의 음악을 선보일 예정이다. 경극의 표현법을 익힌 창극 배우의 몸짓과 해석이 음악과 만나면서, 경극을 품은 창극의 음악이 나올 것이라 제작진은 자신한다.

이자람 음악감독은 "평소 작업할 때 제가 겪은, 들은 모든 화성이나 음색, 장르들을 막지 않는데 이번에는 그걸 막으면서 제 안의 전통적 소스를 다루려고 했다. 전통적인 음색이 잘 살아야한다고 판단했다. '홍문연'의 경우 '적벽가'의 레퍼런스, '항우'와 '우희'가 죽기 전 함께 부르는 장면은 '춘향가'의 레퍼런스를 참고했다. 음악적으로 판소리 다섯마당을 바탕으로 했다"고 밝혔다.

초나라의 '항우' 역은 정보권, '우희' 역은 김준수, 책사 '범증' 역은 허종열이 맡는다. 한나라의 개국 황제가 되는 '유방' 역은 윤석안, 그의 부인 '여치' 역은 이연주, 책사 '장량' 역은 유태평양이 캐스팅됐다. 창극의 도창과 같은 역할인 '맹인노파'는 김금미가 소화한다. 특히 김준수는 남성임에도 여성 캐릭터인 '우희'를 맡아 눈길을 끈다.

창극 '패왕별희' 공연 장면 [사진=국립창극단]

우싱궈 연출은 "김준수 배우가 굉장히 천재적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봤을 때 얼굴도 갸름하고 몸매도 예쁘고 신체적으로 유연하다는 이유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며 "경극은 여자 역할을 남자가 맡는 게 전통이다. 사람들은 낯설 수도 있지만 오히려 남자가 여성성을 배우고 모방하면서 더 많이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관객이 굉장히 놀라워할 거다. 만약 대만에서 그대로 공연한대도 현지 관객들이 열광하리라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경극과 창극이 만나면서, 서로 다른 문화권의 전통이 절묘하게 결합됐다. 이와 동시에 패했지만 영웅으로 추대되는 '항우'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를 사는 청년들이 어떤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지 생각할거리를 던진다.

우싱궈 연출은 "전 세계의 모든 장르, 다양한 작품들이 각자 표출 방식이 있지만, 판소리는 내면적인 생명력과 우주를 향한 외침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어 감동이 크다"며 "불과 3개월 만에 판소리와 경극을 완벽하게 결합시키기는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이었다. 노래는 완벽히 판소리를 차용하고, 경극적인 몸짓과 손동작, 동선을 살렸다. 동양 문화가 함께 결합했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창극 '패왕별희' 공연 장면 [사진=국립창극단]

이자람 음악감독은 "각자 전통을 가지고 만났을 때 얼마나 유연하게 결합할 수 있는가가 숙제였다. 연출과 저 모두 전통을 기반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다. 창극과 경극, 모든 스태프들이 만나 작품이 탄생했다. 공연 이후 의미가 더 생길 것 같고, 어떤 일들이 발생할 지 궁금하다"고 기대했다.

창극 '패왕별희'는 오는 5일부터 1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hsj121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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