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수사’에 ‘특수통’ 여환섭 검사장 등 검사 13명 투입
‘성완종리스트’ 수사팀과 비슷한 규모…‘진실규명’ 의지 표명
향후 수사대상 사건·인물 확대 고려 가능성도
증거확보 및 전현직 검경·정치권 대상 수사 쉽지 않을 전망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대규모 수사단을 꾸린 가운데 사건의 진실규명 등 수사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29일 “오늘 김 전 차관 사건 수사를 위해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을 구성했다”며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대검찰청 본관. 2019.01.22 mironj19@newspim.com |
수사단은 총 검사 13명으로 구성돼 문무일 검찰총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여환섭(52·사법연수원 24기) 청주지검장이 단장을 맡고 차장검사는 조종태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으로 결정됐다.
여 단장은 검찰 내부에서도 과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등을 두루 경험한 ‘특수통’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과거 현대자동차그룹 비자금 사건, 굿모닝시티 사건, 함바 비리 사건 등 굵직한 수사에 참여했다. 대검 중수부 1·2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검사, 일선 검찰청의 특별수사를 총괄·지휘하는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 등을 거쳤다.
문 총장이 여 단장에게 직접 수사 지휘를 맡긴 것은 이같은 특수 수사 경험을 고려했다는 평가다. 검찰 측 관계자는 “수사 능력 등을 고려해 문 총장이 단장 임명을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예상보다 큰 규모로 수사단을 꾸린 것은 검찰의 수사 의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법조계 안팎에서는 앞선 수사단 운영 사례와 수사 대상 사건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수사에 검사 5~10명이 투입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최근 수사를 끝마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과 ‘검찰 성추행 사건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은 각각 검사장 1명 포함 9명과 6명의 검사가 차출돼 수사를 벌였다.
이번 수사단은 문 총장이 지난 2015년 대전지검장 시절 수사를 지휘했던 ‘성완종리스트’ 특별수사팀과 비슷한 규모다. 당시 수사팀은 문 총장 포함 10여명 안팎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문 총장이 사실상 수사 대상 확대 등을 고려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과거 검찰에 몸담았던 한 변호사는 “한 사건에 검찰 내 ‘정예’ 검사로 불리는 특수통 검사들을 10명 넘게 투입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수사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의미”라면서 “진상조사단도 아직 조사를 진행 중이고 수사 진행 상황과 결과에 따라 경찰이나 정치권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향후 수사대상 확대를 염두에 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이미 두 차례 관련 수사가 이뤄지고 수 년의 시간이 지나 수사 자료 확보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부실수사나 수사 은폐·축소에 관여한 검경 관계자들이 아직 현직에 근무하고 있어 이들에게 칼을 겨누는 것 역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과거 수사가 진행된 후 수사의 주요 단서가 될 수 있는 증거들이 이미 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존해 사건을 수사하고 피의자들을 기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조정을 두고 아직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을 정조준할 경우 검찰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을 겨냥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고 검찰 부실수사 의혹에 대한 수사도 진행될 수밖에 없을텐데 이 과정에서 내부적으로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수사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과거사위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중천 씨로부터 2005년부터 2012년 사이 수 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받은 혐의를 받는다. 두 차례 수사가 이뤄졌던 ‘별장 성접대’ 의혹에 대해선 조사단이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적용 가능한 혐의의 공소시효가 대부분 끝나 추후 수사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수사 당시 박근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과 민정비서관이던 이중희 변호사는 경찰 수사지휘라인을 부당하게 인사조치 하는 등 방식으로 외압을 행사해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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