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민주 기자 =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ce)의 역사는 '생존과 번식'의 역사이다.
500만년전 침팬지와 갈라선 인류는 기나긴 역사를 거치면서 갖가지 진기한 사건과 일화를 만들어왔지만 실은 '더 오래살고(생존), 더 많은 후손을 낳기 위해(번식) 전력질주해왔다'는 단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다시 말해 호모 사피엔스는 우량한 후손을 생산하기 위해 근친혼을 금지하는 문화를 만들었고, 개체로서의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종교를 만들었고, 개체들의 멸종보다는 번영을 유도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같은 호모 사피엔스의 기나긴 생존과 번식의 여정이 이제 끝맺음에 도달한 것처럼 보인다.
먼저 번식의 문제. 이제 지구상의 호모 사피엔스의 개체수는 77억명에 도달했다. 18세기 말 9억에 불과했던 인구가 1920년대 20억, 1987년 50억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호모 사피엔스 개체수는 너무 많아서 탈이다.
개체로서의 자연수명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1910년 자연수명 40세에 불과해던 호모 사피엔스 앞에 100세 시대가 펼치지고 있다. 생존의 문제도 의미있는 진전을 이룬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존과 번식의 기저에 깔려 있는 섹스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걸까?
김세잔(김세호) 작가의 신작 소설 <내담자>는 이같은 질문을 소설 형식을 빌어 탐구하고 있다.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 DNA, 성(性), 그리고 집단 심리 상담을 통해 개인의 내밀한 욕망의 세계를 탐험하고 있다.
소설은 주인공 성후가 세계적 명성의 생물학 권위자인 이자야 교수의 강의에 참석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학점에 반영되지 않는 교양 강좌인데도 학생들은 구름처럼 몰려든다. 이자야 교수는 "육아, 직장 스트레스, 과도한 경쟁으로 부부관계를 맺지 않는 한국인들이 많아졌다"며 "부부 관계의 부재는 존재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진 = 예미 출판사> |
강의 참석을 계기로 성후는 인간의 성과 욕망에 대해 관심을 갖게되고 이지야 교수와 교류하게 된다. 어느 날 이지야 교수가 성후에게 성 의존중 환자들의 집단 상담에 조교로 참여해달라는 제안을 받으면서 소설은 또 다른 차원으로 전개된다.
김세잔 작가는 2011년 <전구눈올빼미의 빛나는 호기심>으로 제19회 눈높이문학상을 수상했다. 부제 Counselee: 결핍 혹은 집착에 의한 상처. 예미 펴냄.
<사진=예미 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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