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가수반은 김영남…외국정상 축전도 김영남 앞으로”
“4월 14기 최고인민회의서 국무위원장 외 직책 신설할 듯”
“향후 다국적 합의 평화협정‧종전선언 등 대비하는 목적도”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명단에서 제외된 것과 관련,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북한이 김정은의 직위와 관련한 헌법 수정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17일 자신의 블로그인 ‘태영호의 남북동행포럼’에서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헌법상 대외적 국가수반으로 만들기 위한 헌법 수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사진=태영호 전 공사 블로그] |
지난 12일 북한 노동당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는 북한 중앙선거위원회의 발표를 인용해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당선자 명단을 공개했다.
그런데 공개된 명단에서 김정은이라는 이름을 찾아볼 수 없어 그 이유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제기됐다. 일각에선 “아예 출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통일부가 같은 날 분석자료를 내고 “구체적 배경은 추후 관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아직까지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조부인 김일성 주석과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사망하기 전까지 대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노동신문] |
이에 대해 태 전 공사는 “북한 역사상 최초로 최고 영도자(김정은 위원장)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명단에서 제외된 것은 북한이 김정은을 직위와 관련한 헌법 수정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태 전 공사는 “최근 김정은이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는 북한 역사에서 처음 보는 일”이라며 “아마 북한이 내달초 진행되는 제14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를 계기로 김정은의 직위와 관련한 헌법 수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이어 “북한이 헌법상 대외적 국가수반이 김정은 위원장이 아닌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임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점으로 인해 헌법 수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그러면서 “사실 김정은이 국무위원장으로서 북한의 최고 통치자지만 헌법상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것은 김영남 상임위원장”이라며 “그러다보니 해외에 북한 대사가 파견될 때 상주국 국가수반에게 봉정할 신임장도 김영남이 발급하고 다른 나라 대사들이 북한으로 파견돼 올 때도 북한의 국가수반을 김영남으로 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후보인 홍서헌 김책대학 총장에게 투표하고 있다.[사진=조선중앙tv 캡처] |
태 전 공사에 따르면 북한은 9.9절 등 국경일에 축전을 보내는 외국 수반들에게 김정은 위원장 앞으로 국경절 축전을 보내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상 김정은 위원장이 아닌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대외적 국가수반이기 때문에 이를 외국 수반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 태 전 공사의 설명이다.
태 전 공사는 “내가 영국주재 북한공사로 있을 때도 영국 여왕에게 그런 요구를 했으나 영국 측이 ‘그러한 의례적 조치를 취하려면 북한 국가수반이 김정은임을 대사관 각서로 확인해달라’고 했었다”고 전했다.
태 전 공사는 이어 “북한은 이러한 폐단을 바로잡고자 이번 14기 1차 회의에서 김정은의 직책인 국무위원장 외에 다른 직책을 새로 만들든 어떻게 하든 김정은이 북한의 국가수반임을 명백하게 헌법에 반영하는 방향에서 개정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또 “북한이 김정은을 헌법적으로 북한의 국가수반임을 명백하게 하는 것은 향후 다국적 합의로 체결될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에 서명할 김정은의 헌법적 직위를 명백히 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