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중국의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의 차세대 이동통신(5G) 장비 도입을 금지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노력이 미국의 가장 긴밀한 동맹국들 조차 저항하면서 무색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수개월 동안 미국 관리들은 유럽연합(EU) 등 해외국들에 자국 5G 네트워크 개설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지 말라고 압박을 가하거나, 꾸짖고 점차적으로 위협도 가하고 있지만 반응은 시큰둥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화웨이 통신장비를 지속해서 사용하고 있는 국가들에 정보 공유를 보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고 리처드 그레넬 독일 주재 미국 대사는 이달, 독일에 미국이 정보 공유를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중국 정부 국영회사인 화웨이가 국가 기밀을 빼내는 등 국가안보에 위협의 소지가 있다며 관련 국가들 설득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대적 캠페인은 좌초되고 있다. 영국, 독일, 인도, 아랍에미리트(UAE)는 5G 네트워크에서 화웨이 장비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미국과 '다섯 개의 눈'(Five Eyes·상호 첩보 동맹)을 맺고 있는 영국은 국가안보 리스크 우려가 있지만 자국이 세심히 검토하고 감독할 수 있다며 화웨이 장비 사용을 지속할 것이란 입장을 시사했다.
NYT에 따르면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가자 미국 관리들은 동맹국들의 협력 없이도 화웨이의 전 세계적 부상을 저지하려는 다른 방법들을 모색 중이다. 미국 기업들의 화웨이 5G 장비 제조에 필요한 주요 부품을 납품을 금지시하는 방안도 한 가능성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외국 관리들은 캠페인의 "꾸짖는 접근" 방식과 화웨이 장비가 국가안보에 실질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미국의 증거 제시 부족을 지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의 혐의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법무부에 자신이 관여할 수 있다며 중국과 무역 협상이 잘되면 기소건을 취하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화웨이에 대한 행정부의 캠페인이 국가안보 우려가 아니라 정치·경제적 야망에 일환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매체는 미국은 중국 정부가 화웨이를 활용해 국가 기밀을 빼내는 방법이라던지 그러했다는 증거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중국 국기 위에 비치는 화웨이 로고 그림자 [사진=로이터 뉴스핌] |
화웨이의 최대 시장인 유럽연합(EU)의 경우,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가장 큰 무역국이다. 화웨이 건을 미·중 무역 협상의 일부로 취급하면 EU는 더 고민할 수 밖에 없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중국으로부터의 사이버 보안 결의안 작성에 기여한 캐롤린 나그테갈 유럽의회 네덜란드 의원은 "(화웨이 장비) 금지가 해결책이 될 지는 모르겠다"라며 "우리는 이러한 조치를 하는 데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화웨이 배제 압박을 받는 국가들 중 상당수는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영국의 경우, 정보 관리들은 국가안보 위험성은 국가에서 감독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정부가 정보기관의 판단을 뒤엎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화웨이 장비 도입을 금지시 하지 않으면 보복을 예고한 독일도 "우리의 기준은 우리가 정의한다"는 입장이다.
과거 미 정보기관에서 일했고 현재 신미국안보센터에서 범대서양안보프로그램 국장인 안드레아 켄달-테일러는 미국이 화웨이 사안을 "흑과 백"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미 나빠진 유럽과 관계에서 더 화를 돋구면 안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의 도전에 맞설려면 유럽인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우리는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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