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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도초과' 관광객에 주민들 몸살 여전…"조용히 살고 싶어요"

기사입력 : 2019년03월21일 09:54

최종수정 : 2019년03월21일 11:02

허용한계 넘어선 관광객 몰려드는 '오버투어리즘'
하루 1000명 방문하는 북촌 등 곳곳 여전히 갈등
관광허용시간제 효과 미미…실질적 대안 나와야

[서울=뉴스핌] 김유정 기자 = 지방자치단체가 너도나도 관광객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요즘, 많은 관광객이 몰린다고 마냥 좋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허용한계, 즉 한도를 초과한 관광객이 몰려 고성방가와 오물투척이 일상화되다 보니 원주민들의 정주권이 뿌리째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전문용어로 오버투어리즘이라고 한다. 오버투어리즘은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지식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세계 여행객 수는 2008년 약 9억3000만명에서 2017년 약 13억2000만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중국과 개발도상국이 발전하면서 세계 관광객 수가 크게 증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때문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럽과 유명도시에선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한 부작용이 두드러지고 있다. 

연간 3000만명 이상이 몰려드는 탓에 고심하던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지난 2015년부터 공무원, 학계, 지역주민 등으로 구성된 관광위원회를 꾸려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관광버스의 도심지 진입 제한, 신규 숙박업소의 지역별 차별 허가, 숙박업소를 통한 관광세 징수 등 오버투어리즘을 완화할 정책을 펼치고 있다.

바르셀로나처럼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선 전국 유일하게 ‘관광허용시간제’를 운영하는 곳이 있다. 한옥이 오밀조밀 모여 도심 속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북촌이다. 이곳은 지난 2018년 7월 관광허용시간제를 운영하기 훨씬 이전에는 관광지라기보다 주민이 터를 잡고 사는 작은 마을이었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 전경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도심과 한옥의 오묘한 조화 덕에 입소문이 나면서 북촌은 서서히 관광지로 변해갔다. 처음엔 내국인 중심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다 내외국인 상관없이 서울에서 꼭 한번쯤 들르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그러자 24시간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하루 1만명이상 방문하는 곳이 됐다. 유명 관광지가 된 북촌마을은 하루 종일 이어지는 고성은 물론 가정집에 불쑥 들어오는 관광객, 여기저기 버려진 오물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결국 주민들은 서울시와 종로구를 상대로 정주권 보장을 요구했고 지난해 7월 관광허용시간제가 시행됐다. 이에 따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관광이 허용되고, 일요일은 아예 외부인 관광이 금지됐다. 

[사진=북촌지킴이 브로슈어 캡쳐]

다만 제도가 강제성이 없다 보니 마을운영단체에서 스스로 운영지킴이로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지난 3월 여행업협회에서는 내외국인관광객을 모객하는 협회사들에게 북촌 관광허용시간제를 다시 상기시키고 브로슈어를 배포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 한, 관광허용시간제가 아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리란 비관적 견해가 우세하다. 

몰려드는 관광객에 몸살을 앓는 곳은 또 있다. 1년에 1000만명이상 찾는 전주 한옥마을은 도심 한복판의 29만8260㎡에 한옥 600여채가 자리한 국내 최대 규모의 한옥 주거지다. 많은 관광객과 새로 지어진 한옥, 카페와 레스토랑이 밀집한 전주는 슬로시티의 매력을 잃은지 오래다. 

최근 전주를 찾았던 직장인 김지은 씨는 “한옥 사이에서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던 전주는 물가는 비싸고 전주 한옥과 어울리지 않은 아이스크림, 꼬치 등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관광지였다. 사람이 너무 많아 밀려서 걸어가는 등 여유로운 한옥마을의 운치는 느낄 수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이와 관련, 김기현 투리스타 대표는 "주민과 관광객이 공생하는 것이 진정한 공정여행이다. 둘중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관광이라면 안된다. 관광은 즐거움을 선사하는 일이기 때문"이라며 "관광객만 즐겁고 주민은 행복하지 않다면 좋은 여행이 될 수 없다. 관광객도 주민을 배려하고, 주민 역시 관광객과 공생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의 오버투어리즘 극복 사례를 참고해도 좋다. 연간 2700만명, 매일 7만명가량이 방문하는 베니스에서는 일일 방문객을 제한하는 의무예약제를 추진 중이다. 바르셀로나는 시민이 살고 있는 곳을 관광할 때 지켜야 할 에티켓 등을 상기시키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youz@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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