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란 투리스모 다운 가속성능…정숙성도 만족스러워
[성남(경기)=뉴스핌] 전민준 기자=“진짜 푸조 차 맞아?”
508GT 시승을 함께 했던 동료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탄성을 질렀다. 매끈하게 잘빠진 디자인에 새빨간 컬러의 508GT를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솔직히 푸조 차 기대 안 해”라고 했던 그 였다. 2시간에 걸친 고속주행 후 그가 508GT를 대하는 자세는 180도 바뀌어 있었다. 2시간 동안 508GT와 함께 하면서 우리는 주변의 다른 차들을 모두 기죽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난 14일 진행한 시승은 경기도 성남시에서 출발해 인천 영종도까지 왕복 약 160㎞. 시승 모델은 올해 1월 출시한 고성능 중형세단 508GT였다. GT는 Gran Turismo(그란 투리스모)의 약자다.
사전적 의미로는 장거리ㆍ고속 주행용의 고성능 자동차를 뜻한다. 508GT에는 2.0리터 디젤엔진이 장착, 177마력을 발휘한다.
그란 투리스모의 장점은 고속도로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우리가 고속도로를 2시간 동안 누빈 이유도 그 장점을 충분히 즐기기 위해서였다. 고속구간에 들어서자마자 508GT는 감춰왔던 발톱을 드러냈다. RPM이 눈금 2에 닿지도 않았는데 속력이 70~80km/h까지 올라갔다.
생각보다 가속이 너무 빠르게 돼서 계기판을 보지 않으면 '내가 도대체 어느 정도로 주행을 하고 있는지'를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특히 넉넉한 출력이 푸조 고유의 핸들링 재미와 만나면 자연스레 입가엔 미소가 지어진다. 308이나 208 같은 잽싼 핸들링 성능을 보이진 않지만, 중형차 치곤 제법 기민한 움직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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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GT.[사진=한불모터스] |
즉각적인 느낌 보다는 한 템포 쉬어가는 듯 한 느낌이었지만 조향하는 느낌만은 정확하다. 오히려 여기서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면 이어지는 장거리 주행에서는 다소 피곤했을지 모른다.
하체의 거동도 제법 센스있다. 승차감도 제법 나쁘지 않고 노면의 잔진동을 걸러내는 능력이 제법인데, 고속에서의 거동이 제법 든든한 모습이다. 다소 꿀렁이는 듯 한 움직임이 느껴지지만 그 기본만큼은 단단함이 내장된 느낌이었다.
이 급의 차량을 구매하는 고객들이 반드시 고려하는 ‘정숙성’도 만족스럽다. 보통 디젤은 엔진 소음이 커서 운전이 신경 쓰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소음이 생각보다 적어서 놀랬다. 저속이든 고속이든 창밖으로 혹은 보닛에서 들리는 엔진음이 거의 없었다
508이 가진 시장의 존재감이 크지 않은 건 사실이다.
4000만원대의 세단을 찾으라면 국산 준대형 세단 혹은 일본 중형 세단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장에 출시된 지 제법 오래된 모델인 탓도 있다. 그러나 기자는 이런 점에서 508GT는 특별함을 갖길 원하는 고객들에게 제격인 차라고 평가해 본다.
minjun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