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주변서 솔솔 피어나는 '4선론'
레임덕 막기 위한 전략이란 평가도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4선론'이 계속 나오는 가운데, 자민당 간사장까지 거들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간사장은 당 내 실권을 쥐고 있어 2인자로 꼽히는 자리다.
1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의 총재 4선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며 "당칙 개정이 필요하지만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때라면 문제 없다"고 말했다.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자민당 국회대책위원장도 이날 "다른사람으로 대체하기 어렵다면 그 선택밖에 없다"며 니카이 간사장에 동조했다.
지난 10일 도쿄에서 열린 자민당 전당대회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사진=지지통신 뉴스핌] |
아베 4선론 자체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달 말엔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자민당 총무회장이 "국민들의 요구가 있다면 (4선의)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언급했었다.
올 초에는 테레비아사히(テレビ朝日)는 아베 총리의 신년 인터뷰에서 '포스트 아베'를 언급하면서 "대난세의 아베 4선"이란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의 마땅한 대항마가 없다면 아베 4선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당시 아베 총리는 "(4선은)없습니다"라고 잘라 말했었다.
하지만 여당 2인자가 직접 아베 4선을 언급하면서 재차 주목이 모이고 있다. 니카이 간사장은 지난 2017년 총재 임기 연장에 앞장 선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2016년 "(아베 총리를) 대체할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면 대응을 유연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발언한 직후 간사장에 취임, 이듬해 당칙 개정을 주도해 총재 임기를 '연속 3기·9년'으로 연장시켰다.
다만 아사히신문은 "니카이 간사장의 4선 언급은 레임덕을 막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3선 이후에도 아베 정권이 계속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해 정권의 운영동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란 뜻이다.
현재 아베 총리의 임기는 2021년 9월까지이지만, 올 4월 통일지방선거와 여름의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변수가 나올 경우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최근 통계부정 의혹 등 악재가 발생하면서 레임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야당 측은 '아베 4선론'에 대해 불쾌한 반응이다. 고이케 아키라(小池晃) 공산당 서기국장은 니카이 간사장의 발언에 "악몽이다"라며 "아베 총리의 강권적인 정치를 유지하고 싶어서 굳이 4선 얘기를 끄집어냈다"고 비판했다.
'포스트 아베'로 꼽히는 인물들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정조회장은 "당칙에서 총재 임기는 연속 3기까지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의 측근도 "4선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 많다"며 "생각대로 되진 않을 것"이라 했다.
올 여름 선거를 치루는 한 참의원 의원더 "지방 자민당 의원 가운데에도 현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선거를 앞둔 시기에 4선을 말하는 건 마이너스"라고 지적했다.
한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3선) 총재 임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며 "정책과제를 하나하나 다뤄나가고 싶다"고 말하는데 그쳤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