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슈퍼블록 폐지..보행가로 설치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지난 1970년대 강남지역 아파트 개발 이후 아파트단지의 '전형'으로 군림했던 '슈퍼블록'이 사라진다.
대신 아파트 단지를 여러개 중소규모 블록으로 쪼개 지역 주민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보행 가로가 설치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주민들이 독점했던 아파트단지 내 주민 편의시설이 시민들에게 개방되게 된다.
12일 서울시가 발표한 '도시·건축 혁신방안'에 따르면 시는 아파트 단지를 설계할 때 슈퍼블록 대신 중소 블록을 설치하는 아파트 조성기준을 도입한다. 또 역세권과 대중교통중심지 주변 단지는 주거와 상업·업무가 어우러지는 복합개발을 추진한다.
슈퍼블록은 지난 1920년대 프랑스의 건축·도시계획자인 '르꼬르 뷔제'가 체계화했다. 1개 주구를 만들어 편리하고 안전하게 주민들이 살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또 상업지역의 경우 이용 인구를 늘릴 수 있어 초고층건물이나 유치인구가 많은 대형 상업·업무 시설이 배치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70년대 강남지역 아파트 개발사업인 '영동토지구획정리사업'에서 처음 도입됐다. 1개 블록의 장축을 주거지역은 1㎞, 상업지역은 500m 규모로 만든다. 1개 슈퍼블록에는 5000명 이상이 거주한다. 이렇게 되면 슈퍼블록은 도시 근린공원과 초등학교 등을 중심으로 각종 편의시설과 상업시설이 설치된 '근린주구'가 된다. 서초구 반포 저밀도재건축 계획에서 구분된 1~6주구가 바로 슈퍼블록을 기반으로 한 주거단지다.
슈퍼블록 바깥은 편도 4차로 이상 보조간선도로가 지난다. 슈퍼블록으로 도시계획을 하면 주간선-보조간선도로 이용이 편리하고 도시 미관이 깔끔해지는 효과가 있다. 반면 교통정체가 심각해지는 요소가 된다. 이면도로가 좁아 좌회전과 우회전이 힘들어 간선도로 정체시 극심한 혼잡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상업지역의 경우 슈퍼블록 개념이 필요하지만 아파트단지의 경우 이견이 많았다. 단지 모두 시설을 단지 거주자들만 사용할 수 있다는 문제점 때문이다.
서울시 아파트 조성기준 [자료=서울시] |
서울시는 이같은 약점을 안고 있는 슈퍼블록 대신 중소규모 블록으로 쪼개 보행가로 등을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상업지역은 슈퍼블록을 쪼갤 시 높은 건물을 설치하기 힘들어지고 이면도로가 많아 교통혼잡이 심해지지만 아파트 단지의 경우 단지 거주자들이 블록을 '독점'하고 있는 만큼 슈퍼블록을 쪼개서 생길 수 있는 약점이 크지 않다는 이야기다.
즉 그동안 아파트 주민들이 독점했던 단지를 지역 주민들에게도 공급한다는 게 서울시의 전략이다.
이명훈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아파트단지의 슈퍼블록은 1개의 근린주구, 생활권으로 기능하고 있는데 보행자 가로 등이 설치되더라도 이같은 생활권을 깨지지 않을 것"이라며 "지역주민들에게 보행공간을 제공한다는 전략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의 지하철 역세권이나 대중교통중심지역은 복합개발을 유도한다. 이는 서울시의 도시기본계획인 '서울플랜2030'에서 부도심이나 역세권 중심에 고밀개발을 허용한다는 전략과도 일치한다. 이에 따라 이들 복합개발지구에 대한 용적률이나 층수 상향 등이 검토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donglee@newspim.com